•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좌파정권 재창출을 위한 여권의 공작이 본격화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에서 돌아온 직후 연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책무조차 져버린 듯한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선거판을 통일과 반통일, 평화와 전쟁 세력의 대결로 몰아가기 위해 국민들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여권의 선거판 조작은 단순히 대선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존망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멸망이냐 존속이냐의 기로에 몰리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한데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여권의 비열한 공작에 대한 비판은커녕 오히려 이를 묵인하고 추종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강재섭 대표로 이어지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계속되는 남북공동성명 계승 발언과 남북정상회담 찬양 발언은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대세론에 사로잡혀 실수만을 줄이겠다는 소극적인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가지고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승리할 수 있을까? 과연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붕괴되고 있는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을까?

    이제 대선이 가까워지고 여권의 진영이 구체화될수록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는 도를 더해갈 것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여권의 공세를 극복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여권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길 뿐이다. 국민들에게 심각하게 붕괴되어 가고 있는 국가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보여주는 길 뿐이다.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과 그를 후보로 추대한 정당이 국민을 끌고나가지 못하고 상황 논리에 몰려 주저하고 있다면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지금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치열한 전쟁에서 싸움을 포기한 채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병사들과 같은 모습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싸움을 포기하는 것은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는 그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그래서는 안 된다. 다음은 필자가 지난 8월 23일 뉴데일리에 기고했던 사설의 전문이다.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졌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이명박 후보의 선출로 1년여의 대장정을 마무리하였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후보 당선 후 일성(一聲)으로 한나라당의 쇄신과 개혁을 통해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제까지 한나라당이 견지해 온 정체성보다는 외연 확대를 통해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포용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당의 생동감 있는 모습과 강력한 집권 의지를 보여주려는 모습은 대단히 바람직하다.

    그러나 변화하는 당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강렬하게 수용되기 위해서는 그 변화가 당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더욱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당의 변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가"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 메시지를 통해 대선을 끌어갈 아젠다를 설정하고 이를 여권과 차별화함으로써 정권교체의 당위성과 절박성을 일깨워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작금의 시국에 대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통찰력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통찰력이 바로 지도력으로 연결되고 나아가 대선 승리의 원동력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주도해왔던 우파 세력과 이를 부정해 온 좌파 세력 사이의 본격적인 세 번째 대결이다.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 세력은 시대적 아젠다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함으로써 패배의 쓰라림을 겪었다. 1997년 IMF라는 미증유의 국가부도 사태와 21세기 진입 이후 더욱 거세게 확산되는 세계화(世界化)의 흐름에 대해 우파 세력은 경제적 안목에 기초한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채 좌파 세력의 정치 공세에 밀려 패배한 것이다. 그 결과 이 나라는 난파 직전의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좌파정권 10년의 정책 실패는 국가를 총체적 위기로 몰아 넣었다. 언뜻 보기에는 좌파정권이 초래한 심각한 경제 위기에 따라 경제 회복이 가장 시급한 아젠다로 부각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 우리 앞에는 이보다 더욱 절박한 나라의 존망(存亡)을 좌우할 국내외적 혼란과 격변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중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의 존속이냐 파멸이냐의 기로에서 치러지는 선거이다. 대한민국의 건국, 근대화, 민주화를 주도해 온 우파 세력의 승리냐 아니면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다시 세우기를 주장하는 좌파 세력의 승리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존속 여부가 결정되는 중차대한 선거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우파 세력을 대표하는 한나라당의 경선 과정에서는 당연히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가, 좌파정권을 종식시킬 방안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들이 제시되고 경쟁과 토론을 거쳐 이들 문제가 대선을 끌어갈 아젠다로 형성되고 이에 대한 대체적인 정책 방향이 도출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한나라당 경선은 운하와 페리 논쟁이나 후보자의 신상 문제라는 지극히 지엽적인 문제로 일관되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아직 대선에 임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기본 원칙과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아젠다는 무엇인가? 그것은 당연히 좌파정권을 종식시키고 난파 직전에 처해있는 대한민국을 구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 넣은 좌파 노선을 척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해야 할 일은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정권교체의 당위성과 절박성을 호소하고 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을 강력하게 단결시켜야 한다. 이 길만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여권과의 차별성을 강력하게 부각시킬 수 있고 정권교체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건국, 근대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국가의 발전을 주도해 온 우파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 정권교체를 실현하고 국가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려 한다면 대한민국의 발전을 주도해 온 우파 세력의 의지가 담겨있는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해 왔고 한나라당이 정권교체를 실현하기를 바라고 있는 원인도 그동안 한나라당이 지켜온 정체성이 대한민국의 지속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박 후보가 천명한 당의 쇄신과 개혁이 혹시 이제까지 지켜온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어정쩡한 외연 확대나 중도 노선을 표방함으로써 당의 기존 이념과 철학을 불분명하게 하는 쪽으로 흐른다면 국민들의 지지는커녕 오히려 국민들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게 등을 돌리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한나라당이 지켜온 정체성으로 인해 유지되고 있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약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해 전쟁 대 평화, 반통일 대 통일, 외세 대 민족으로 포장되어 날아올 여권의 파상 공세 앞에서 무기력해 질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햇볕정책'의 아류(亞流)에 불과한 신대북정책을 발표하여 이제까지 견지해 온 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약화시켰다. 이로써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여권과의 차별화에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무기를 스스로 무력화시킨 것이다. 대선 이벤트에 불과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조차 강력하게 반대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처지에 몰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 더욱 치열해질 여권과의 본선 경쟁에서는 달라야 한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명박 후보의 한나라당 쇄신과 개혁이 많은 사람들이 우려와는 달리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함으로써 좌파정권과 차별화 된 수권정당의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핵심 아젠다를 인식하고 이명박 후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