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스타일 실감나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8시 30분경부터 한시간 가량 '기습적'으로 서울 여의도 당사 사무처를 둘러보고 지나간 뒤, 여기저기서 나온 말이다. 이 후보는 전날 '국민성공시대 출정식'을 준비한 사무처를 치하하고, 앞으로 있을 시도당 선대위 발대식을 점검하면서 '탈 여의도식'행사가 되도록 주로 당부했다.

    이 후보의 '당무점검'에 사무처 당직자들 표정에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사전에 예정된 일정도 아닌 데다 이른 아침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자들도 출근시간 전이라 일찍 당사에 도착한 일부 기자들만 '물 먹을(기사거리를 놓칠)' 위기를 면했다. 이 후보는 "조찬이 일찍 끝나서…"라며 사무처를 찾은 이유를 짤막하게 말했다. 지난달에도 그는 대선 공약을 집대성하고 있는 일류국가비전위원회(위원장 김형오)를 일요일 저녁 늦게, 그리고 평일 점심 시간에 방문해 '격려(?)'했다.

    이 후보는 '당의 체질 변화'를 강조하면서 사무처 당직자들과 스킨십을 나눴다. 그는 기존 형식을 탈피한 선대위 발대식을 되짚어보면서 "처음에 에러(실수)가 있다고 해도 그걸 통해 발전하는 것"이라며 "말로 변화를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없다.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될 지역선대위 발대식에 관해서도 "요란하게 하지말고, 아주 간편하게 하되 (국민들이) 자진해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식 '세과시'보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실용주의'를 좇아야한다는 뜻이다.

    앞서 기자실에 나타난 이 후보는 "차 한잔 하자"며 자신이 직접 커피를 타 마시면서 과거 서울시장 재임시 일화를 몇가지 소개했다. 기자들에게도 일일이 커피를 타주겠다며 컵을 나눠주는 파격적인 모습도 보였다.

    당사 밖에서 농성하는 박사모의 시위 소리가 들리자 이 후보는 "청계천(복원 사업)하면서 얼마나 사람들이 반대했나. 그래도 공관에서는 시위를 안했다"며 한 '1인 시위자'와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전임 고건 서울시장 시절부터 1인 시위를 하던 사람으로 주로 자신의 출근시간인 오전 6시쯤 마주쳤다고 이 후보는 설명했다. 아주 추운 겨울 아침 그 사람이 얇은 삼베 상복을 입은 것을 보고 "시위를 하더라도 옷 좀 따뜻하게 입고 하라"고 얘기했더니 다음날부터는 아예 보이지 않더라는 것. 이 후보는 "시위내용도 자신과 관계없는 내용이었다"면서 "지금도 그 사람 생각이 난다"고 했다.

    또 한가지는 지하철로 출퇴근 하던 때 혜화역 인근 좌판에서 토스트 파는 아주머니와의 일담이다. 이 후보는 가끔 이 좌판을 이용했다고 한다. 하루는 아주머니가 아주 어렵게 "단속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꺼내 "아침에만 잠깐 하고 빨리 치우면 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이 이야기가 그 지역 동장 귀에 들어가 단속이 줄어든 모양이다. 이 후보는 "다음에 그 아주머니를 만나 '내가 그런 지시한 적 없다'고 했는데도 '단속이 전혀 안나온다'며 고마워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지시한 게 아닌데…. 내가 지시하면 불법이니까"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후보의 이같은 '탈 여의도식' 파격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여의도 사무실에 나와 있으면 하루 종일 정치이야기 뿐"이라며 "저녁에 보면 손에 잡힌 게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기업할 때는 하루를 보내면 얻는 것이 있는데"라며 아쉬워한다. 이날 사무처 당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축사도 많이 말고…. (인원 동원같은) 책임을 지우면 너무 옛날식이 된다. 이런 분위기를 전해달라"며 간소한 지역 선대위 행사가 되도록 '신신당부'했다.

    그는  '당 사무처가 후보실이 있는 H빌딩과 과거 캠프가 사용하던 Y빌딩에 나눠져 있다'는 한 당직자의 설명에 "그럼 내일 아침에는 거기 가 보지"라며 가볍게 말했다. 대선까지 '시도 때도 없이' 이 후보를 맞아야 할 사무처는 항상 긴장을 풀 수 없을 것이고, 그를 취재해야 하는 기자들도 마찬가지 처지에 놓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