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관주의자는 모든 곳에서 푸른 신호등을 보며, 비관주의자는 붉은 신호등만을 본다. 그러나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은 색명이다”라는 말이 있다. 2007년 대통령 선거를 두 달 남짓 앞둔 시점에서 생각나는 말이다.

    한나라당은 이번이야말로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10년의 야당 생활 끝에 ‘이번만은 질 수 없다’는 오기 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대체로 네 가지 점에서 기인한다. ①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 따른 반사 이익 ② 서민 경제의 어려움과 경제 이슈 ③ 후보 본인의 높은 경쟁력 ④ 여권의 지리멸렬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한나라당 안팎에서 이른바 ‘대세론’이 형성되어 있다. 5년 전에도 대세론이 득세했었는데, 결국 패한 바 있다. 과연 지금의 대세론도 거품일 것인가? 물론 5년 전과 지금은 다른 측면이 있다. 5년 전은 대세가 아닌데 대세인 양 믿었다.

    5년 전은 후보 단일화가 안 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이회창 후보가 부동의 1위(40% 내외)였는데, 지금은 나머지 모든 후보의 표를 다 합해도 이명박 후보에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5년 전에 ‘절대로 이회창 후보를 찍지 않겠다.’는 유권자가 40%가 넘었는데, 지금은 많이 다르다.

    그러나 민심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보면 금년 대세론 역시 허상일 수도 있다. 지난 한나라당 경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대세론은 자기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상대측의 전의(戰意)를 빼앗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반면에 대세론은 후보와 참모들이 선거 흐름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상실하고, 염불(선거 승리)보다는 잿밥(논공행상)에 정신이 팔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맹점이 있다. 그래서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한나라당의 기회 요인이 계속되리라 장담할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 이익’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노무현 정권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희석되는 측면이 있다. 노무현 정권의 지지율 상승이 여권 후보에게 그대로 전이(轉移)될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적어도 반사 이익의 향유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고 흔히 말하듯이 대선은 ‘회고적 투표’보다는 ‘전망적 투표’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에 5년 전 경험했듯이 반사 이익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특히 이른바 ‘비노 후보’ 내지 ‘위장 비노 후보’가 여권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 더욱 그렇다.

    ‘서민 경제의 어려움과 경제 이슈’는 역시 남북정상회담 이후 바뀔 가능성도 있다. 본질은 바뀐 것이 없지만, 10. 4 선언과 그 이후의 후속 이벤트로 국민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 경제는 여전히 어렵지만, 국민들의 눈과 귀를 다른 쪽으로 쏠리게 할 수 있는 것이다. 5년 전의 수도 이전과 같은 또 다른 포퓰리즘 공약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후보 본인의 높은 경쟁력’은 이미 검증이 된 것이기 때문에 단단한 편이다.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실용주의 리더십 역시 시대 흐름에 맞다. 그러나 오디오와 비디오가 좋은 상대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내용상의 차별화를 통하여 상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부동의 1위 후보이기 때문에 조금만 실수해도 가혹한 평가를 내릴 수가 있다.

    ‘여권의 지리멸렬’은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 흔적 지우기’를 위해 ‘도로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는데, 워낙 날림 공사여서 경선 과정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과연 이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겠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일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 9단인 전·현직 대통령이 이 상황을 방치할 것 같지는 않다. 몇 번의 이벤트(토너먼트)를 통해서 단일화를 이루어낼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대선은 한나라당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느냐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공산이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앞에 겸손한가,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가, 나무(전술)를 그리는 데 매몰되지 않고 숲(전략)을 잘 그리는가, 그리고 대동단결(집토끼)하고 외연(산토끼)을 넓히는가, 이 네 가지에 달려 있다. 이 모두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결코 쉬운 일들이 아니다. 이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조짐이 있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12월 19일 그 날까지 하늘에 제사 지내는 마음으로 온 정성을 다해야 한다. 아직 하늘은 아무도 점지하지 않았다. ‘역천자(逆天者)는 망하고, 순천자(順天者)는 흥한다.’ 하늘은 국민이다. 민심을 따르는 자 흥하고, 민심을 거스르는 자 망할 것이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