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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9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버스떼기·박스떼기·PC떼기에 선거인단 이중등록과 미성년자 등록, 금품 살포와 매표 의혹에 이르기까지 온갖 불법이 판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과 장·차관의 명의까지 도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정동영 후보 선거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갈 데까지 간 형국이다. 이러다가는 15일 대선 후보가 선출된다 해도 불법성 시비에서 헤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현 정권이 그나마 내세울 수 있었던 정치개혁의 업적마저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다.
신당은 명색이 원내 제1당이며, 한때는 민주화 세력과 진보 세력을 대변한 정당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대선 후보 경선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내 민주화는 물 건너 간 지 오래이며, 오로지 이기고 보자는 싸움판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이래서야 무슨 얼굴로 국민들에게 “집권할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고 호소할 수 있겠는가.
신당이 이처럼 수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집권 시 정치를 잘못했다면 그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가졌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든 다시 집권해 보려고 여당의 간판을 스스로 내리고 몇 차례 눈속임 이합집산이나 하는 얄팍한 행태를 보였다. 명분을 스스로 내팽개쳤으니 명분을 다시 세우기 쉽지 않다. 거기에 경선과정의 지저분한 행태들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신당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은 그들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대선판도가 엉망이 된다. 선거이슈 한 번 제기하지 못하고 선거를 치를 판이다. 한나라당의 후보나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로선 선택의 여지도 사라지게 된다. 대선 직후 있을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견제할 정치세력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신당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후보 3자 회동을 해서라도 합의점을 도출해 내야 한다.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신당엔 미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