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지난달 30일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당 경선 활동을 중단 했다. 조 의원은 활동 중단 이유에 대해 "저의 후보 선출을 저지하려는 외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가 지목한 외부세력은 '동교동'이라고 장전형 대변인은 밝혔다.

    장 대변인은 동교동의 경선개입 물증도 갖고 있다고 했다. 동교동에서 아니라고 반박하면 물증을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조 의원 측은 동교동 경선개입을 사실상 김대중 전 대통령(DJ) 의중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 대변인은 "조 후보가 DJ의 정치개입을 비판하고 남북정상회담의 문제점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동교동 여기저기서 '조순형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역설했다.    

    DJ가 상대적으로 컨트롤하기 힘든 조 의원이 민주당의 후보로 결정될 경우 DJ가 그리는 후보 단일화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장 대변인은 1일에도 "조 후보가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작업에 가장 힘든 후보라는 점 때문에 동교동에서 조 후보를 배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대선 뒤 있을 총선에서 DJ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선 조 의원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장 대변인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DJ의 '조순형 배제론'을 설명하면서 "총선 공천권도 있고 엄청난 게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DJ가 내년 범여권의 총선 공천에도 개입할 것이란 얘기다.

    범여권의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둔 DJ의 이 같은 작업은 결국 후반전으로 넘어간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경선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통합신당 역시 경선의 종착역이 후보단일화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통합신당의 이낙연 대변인은 "단일화는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제는 단일화 성사여부다. 통합신당과 민주당 내부에서도 단일화 성사여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변인이 "3%, 5% 후보들이 단일화 요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후보들 모두 (단일화) 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범여권 내에서는 "민주당 경선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이인제 의원도 단일화 작업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합신당 후보들도 고만고만한데 물러서려 하겠느냐"면서 단일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DJ의 범여권 경선개입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번 통합신당 경선결과로 DJ의 영향력이 축소됐다는 분석이 있지만 범여권 특히 호남지역 출신 의원들의 경우 '결국 DJ의 의중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지병문 의원이 "광주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욕해도 (선거) 때가 되면 DJ를 찍는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금 신당 경선이 DJ의 뜻대로 가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의원도 있지만 범여권 경선의 종착지가 단일화라는 점과 이때 DJ의 개입은 불가피하다는데 는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