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중단 사태까지 맞은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경선. 무엇이 문제일까. 통합신당 지도부는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런 사태의 근본원인을 무리한 선거인단 규모 때문으로 봤다.
'국민경선'이란 타이틀 때문에 당이 무리하게 규모를 확대해 선거인단을 모집했다는 것이다. 오충일 대표는 1일 저녁 일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300만은 무리였다"고 털어놨다. 당 국민경선위원회의 집행위원장인 지병문 의원 역시 "처음부터 200만, 300만으로 홍보한 게 잘못"이라며 "300만으로 하는 게 아닌데…"라고 말한 뒤 "'0'을 하나 뺐어야 했는데…"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이낙연 대변인도 "무리한 선거인단 모집이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이 대변인은 "지역에 가보니 선거인단의 30%가 자신이 선거인단인지 모르더라"고 했다. 그러나 낮은 투표율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출했다. 오 대표는 70%를 웃돈 한나라당의 투표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당 경선의 투표율에 "낮은 수치가 아니다"며 당 안팎의 비판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원들의 참여폭이 높은 한나라당 경선룰과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주장도 펼쳤다. 오 대표는 "한나라당은 당원들이 뽑은 것이고 우리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것인데 한나라당 투표율과 우리당의 투표율을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한 미국 일부지역 선례에 비하면 훨씬 높은 참여도"라며 "미국에서는 투표율이 낮은 곳은 7~8%대가 나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나 지 의원 모두 당의 무리한 국민경선 홍보가 문제였지 현재 투표율은 나쁜 수치가 아니란 주장을 펼쳤다. 세 후보들 간 과열경쟁도 경선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오 대표는 "후보 간 경쟁은 당연한데 싸움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했고 지 의원은 "국민을 믿고 (국민경선을) 시작했는데 국민이 당을 신뢰안하는 게 문제"라고 한 뒤 "한나라당 보다 못하는 모양새가 됐고 우리가 구태가 됐고 구태에 무능까지 겹쳤다"고 개탄했다. 이 대변인은 "어차피 국민들 눈에는 (통합신당의 경선이 범여권의 단일화를 위한) 예선전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덜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통합신당 경선에서 가장 큰 타격은 본거지라 할 수 있는 광주의 낮은 투표율이라 할 수 있다. 통합신당은 처음 광주·전남의 경우 30~40%대 투표율을 장담했었다. 그러나 두 지역의 성적표는 광주가 20.7%, 전남이 24.2%로 20%대 초반을 기록했다. 당 핵심지지층 마저 통합신당의 경선을 외면한 것이다.
'이대로는 텃밭마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통합신당 지도부는 걱정할 것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지 의원은 "광주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욕해도 (선거) 때가 되면 DJ를 찍는다"면서 "김홍업 의원을 욕했어도 결국 김홍업 의원을 찍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진행되는 통합신당의 경선모습은 당초 오 대표가 주장한 경선그림과는 크게 다르다. 스스로 "구태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 당 경선은 여러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오 대표에게 '통합신당 입당을 후회해본 적 없느냐'고 묻자 "그렇진 않다"고 답했다. "재미있다"고도 했다. 다시 '통합신당의 문제점'을 묻자 오 대표는 "큰 것과 작은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이익에 눈이 멀어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것이 오 대표의 비판이었다.
현 국면에서 한나라당에 역전을 하는 일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 대표는 "창피하지만 한나라당이라도 좋은 후보가 나왔다면 괜찮을 것이란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해선 "위험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오 대표는 "이 후보와 일 해본 사람들이 '이 후보가 되면 위험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차라리 박근혜씨가 위험요소가 적다"면서 "당을 떠나서 손학규씨가 그쪽(한나라당)에서 나왔으면…"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독주가 대선직전까지 계속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변인은 "지금은 어려운 상태지만 이런 국면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97년 IMF사태로 한나라당이 나라를 망쳤어도 표차는 1.5% 차밖에 나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이 IMF정도로 나라를 망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결국 이번 대선역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