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일보 28일자 오피니언면에 소설가 한승원씨가 쓴 특별기고 '대선을 한심해 하는 사람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내 이야기, 전라도 바닷가에 사는 사람의 말이라 감안하고 들어주기 바란다.

    심란하고 을씨년스러운 추석이다. 기나긴 무더운 여름 때문에 지쳐 있는 데다가 남부 지방을 강타한 태풍의 피해, 미국산 쇠고기로 인한 축산 농가들의 우울함, 청와대 중요 직책에 있던 남자가 여성에 홀려 권력을 남용한 사건, 가라앉은 경제로 인한 살림살이의 어려움으로 분위기가 차갑다.

    "대선,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내 토굴을 찾아온 사람들의 심사를 조심스럽게 떠보았다. 내가 만난 후배나 제자나 형제들 가운데는 서울에서 온 사람도 있고, 부산 광주 대전 순천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나의 물음에 그들은 고개를 젓기부터 한다.

    "한나라당 후보는 일찍부터 표몰이 선거운동을 하고 다니는데, 신당의 예비 후보들은 미운짓거리만 하고 있고… 속상해 죽겠어요."

    이 사람은 대통합신당이 빨리 어떤 인물 하나를 뽑아 한나라당 후보와 한 판 야무지게 붙기를 기대하는 쪽이다.

    "신당이 어떤 인물을 내놓든지 대세는 이미 한나라당 쪽으로 기울어버린 듯싶습니다. 광주 전남 쪽의 대학 교수들 가운데 약삭빠른 몇 백명이 이명박 밑에 줄을 섰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정권이 교체될 때 인수인계 절차를 밟는 요원으로 발탁되고 장관 자리, 국회의원 자리를 넘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한심하지만 어떻겠어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밑에서도 살았는데, 이명박 밑에서 못 살겠어요?"

    이 사람은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사람이다.

    "정권이 뒤집어지겠다는 것인가?"

    나의 물음에 조금 전 속상해하던 사람은 강력하게 반발을 한다.

    "이명박이 대통령 다 된 듯 설치지만, 앞으로 대통합신당 후보하고, 독자 창당을 모색 중인 ㅁ씨하고 한 번 맞비빈 다음 단일화가 되고 나서 호남 지역과 서울 경기 지역의 호남세,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세력이 합세를 하면 노무현 후보 때처럼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지난 대선 때에도 저쪽의 이회창 후보는 대통령이 다 된 듯 설쳤지만 노무현 후보한테 몇 십만표 차이로 졌지 않아요?"

    아까 '전두환 노태우 밑에서도 살았는데 이명박 밑에서라고 못 살겠느냐'고 한 사람은 다음과 같이 자기 견해를 털어놓는다.

    "대통합신당 예비후보들의 하는 짓이라든지, 그들의 인물 무게라든지로 보아 이명박을 이길 희망이 없어요. ㅅ은 이미 한나라당에서 지고 물러나온 사람이지만, 그래도 잘 나가는 듯싶었는데 왜 잠적이라는 꼼수를 썼습니까? 노무현 세력의 시나리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듯싶은 한 사람과 또 한 사람은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는 한데 인상이 날카롭고 온후한 정이 느껴지지 않고… 그럴지라도, 좌우간 그 중에서 가장 낫다 싶은 사람으로 결정이 된 다음, 지금 권외에서 지식인들의 후원을 받고 있는 ㅁ씨와 맞짱을 떠서 단일화가 될 수 있을까.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여론조사에서 50%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떠들어대는 이명박하고 막상막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고, 머리 아픕니다. 정치 이야기 그만 하십시다."

    '전두환 노태우 밑에서도 살았는데 이명박 밑에서라고 못 살겠느냐'는 사람의 말이고.

    "아니요, 가만 두고 보아서는 안됩니다. 이명박한테 맡겨 놓으면 대운하 만든다고 한반도 벌집 되고, 잘 사는 사람만 한없이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살게 됩니다."

    아까 속상해하는 사람을 편드는 이야기다.

    "아따, 어느 놈한테 맡기든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도록 정치를 하는 것은 다 마찬가지여."

    이것은 두 쪽의 말을 내내 지켜보고 있던 사람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