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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7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가대하며 소개합니다.
한국전력이 개성공단에 대한 전력 공급으로 입은 손실을 국내 전기요금을 올려 메워주는 방안이 추진되는 모양이다. 통일부는 최근 한전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개성공단 전력 공급에 따른 기존 손실분은 정부가 대신 물어주되, 앞으로는 개성공단의 전기요금을 국내 요금 체계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한다. 국내 요금 체계에 편입시킨다는 말은 개성공단에 공급되는 전력에 국내와 동일한 요금을 적용하되 거기서 발생하는 손실은 국내 전기요금을 올려서 해소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한전은 개성공단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별도로 계산할 필요가 없고, 결과적으로는 개성공단에 대한 지원인지 아닌지를 따질 수도 없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개성공단 지원에 따르는 손실을 감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문도 모르고 인상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게 될 국민은 더 내는 전기요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도리가 없다는 게 문제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지원법에 따라 국가산업단지와 동일하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주장하지만, 법무부는 “남한 지역에 적용되는 요금 체계를 그대로 개성공단에 적용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법적으로는 개성공단에 대한 전력 공급을 별도로 취급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다.
개성공단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다해주려는 통일부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원을 하더라도 국민적 합의에 따라 명시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하는 게 바른 길이다. 전력 공급으로 한전에 얼마의 손실이 났는지를 분명히 하고, 이를 국회의 동의를 얻어 정당하게 국가 재정으로 보전해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낸 세금의 얼마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런저런 대북 지원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경우에도 지원 사업의 규모와 내용을 소상히 밝히고, 사안별로 반드시 국회의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민의 눈을 속이고 은근슬쩍 국민 부담을 늘리는 대북 지원은 곤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