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신씨가 청와대 인근 은행에 개설한 개인 금고는 명의만 신씨로 돼 있을 뿐 실제 소유주는 성곡미술관 박문순 관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24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은행 효자동 지점 금고에 미화 10만달러와 1천만엔 등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2억원에 이르는 금액이 들어있었지만 이 돈의 보관시점으로 봤을 때 신씨의 미술관 후원금 횡령과는 상관없는 박 관장의 개인 재산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돈이 금고에 보관된 시점은 2004년으로 신씨의 미술관 후원금 횡령시기로 보이는 2005∼2007년과는 시간적 격차가 있다"고 밝혔으며 개인 금고가 변 전 실장의 차명금고라는 추측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 금고의 개설경위와 돈의 출처 등 추가 조사를 위해 추석연휴 직후 박 관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26일에는 변 전 실장과 신씨를 재소환하기로 했다. 검찰은 앞서 23일 신씨가 허위 장부나 가짜 청구서를 통해 성곡미술관 후원금을 빼돌린 증거를 확보하고 신씨를 상대로 그 사용처를 추궁했으며 이 과정에서 신씨가 후원금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일부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신씨는 빼돌린 후원금을 박 모 관장에게 전해줬다며 횡령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검찰은 박 관장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진위를 가릴 예정이다.

    검찰은 또한 아직 구체적 일정을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추석연휴가 끝난 후 신씨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부터 소환조사를 벌이지 않고 그동안 확보한 진술 및 증거를 정리하는 작업을 했고 내일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신씨가 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정된 경위와 성곡미술관에 몰린 기업 후원금의 일부를 사적 용도로 빼돌린 부분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마친 뒤 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병원에 입원 중인 신씨는 이날 박종록 변호사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또다른 인물 등과 함께 병실에서 종일 대화를 나누며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신씨의 법률대리인인 박 변호사는 이날 오전 11시께 병원을 찾은데 이어 오후 3시께에는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병원측의 안내를 받아 신씨의 병실로 들어갔다. 

    이 여성은 '신씨와 아는 사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인 뒤 병실 안으로 들어갔으며 오후 6시가 넘도록 병실에서 나오지 않은 채 신씨 및 박 변호사 등과 대화를 계속했다.
    병원 관계자는 "신씨가 지쳐있는데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영양제와 포도당 주사 처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