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9일 사설 '돈 받고도 돈 안 받았다며 언론 고소한 정윤재씨'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검찰이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받았고 정황도 확보했다고 한다. 돈을 주고받은 시기는 정씨가 청와대에서 의전비서관으로 있던 올 상반기라는 것이다. 정씨는 작년 7월 김씨와 정상곤 부산국세청장을 연결시켜 줬었다.

    정씨는 2003년 3월에도 김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고 그 돈은 정치후원금이라고 주장해왔다. 정씨는 지난 10일엔 기자회견을 자청해 “(2000만원 외엔 돈 받은 일이) 결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 관한 의혹을 보도한 조선·동아·중앙일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정씨는 그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씨로부터 1억원을 받아 구속된 정 전 청장에게) 제 전화로 인해 30년 공직을 그렇게 마치게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 전 청장은 김상진씨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축소시켜 줬고 김씨에게 탈세 가이드까지 해준 사람이다. 정씨는 그런 사람에겐 사과하면서 의혹보도를 한 언론은 고소한 것이다. 정씨야 말로 그 형태가 이 정권의 ‘정통 청와대맨’답다.

    김상진씨는 정씨에게 2000만원을 건넨 뒤 한두 달 사이에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45억원의 대출보증을 받았다. 자본금이 3억원밖에 안 된다는 그의 회사는 은행들로부터 3000억원 넘는 대출을 받아 재개발아파트·콘도·주상복합 등 부산의 알짜 개발사업을 휩쓸어왔다. 김씨와 동업하는 그의 형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비서관·행정관과 한 모임의 회원으로 같이 활동해왔다. 구속된 정 전 청장은 면회간 지인들에게 “그 1억원은 내 돈이 아니다. 내가 입을 열면 여럿 다친다”고 했다고 한다. 이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정 전 청장이 받은 돈이 그의 것이 아니라면 누구의 것이고, 그가 입을 열면 여러 명이 다친다는 뜻은 또 무엇인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의 공보특보를 지냈던 사람이 “대선 후 돈벼락이 떨어지니 참모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돈 벼락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이 정권의 386 실세가 꼭 정씨 한 사람뿐이었을까. 정씨가 수뢰사실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데도 태연히 대학에서 강연까지 하는 것도 ‘왜 나 혼자뿐인가’라는 생각 때문이었을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