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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7일 사설 <검찰, 변 정책실장의 '두더지 생활' 배경 밝혀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4일 신씨의 서울 집과 동국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지난 7월 18일 신씨를 광주지검에 고소한 지 48일, 동국대가 7월 23일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한 지 43일 만이다. 신씨와 신씨 사건 관련자들이 태울 것 다 태우고, 숨길 것 다 숨기고, 파묻을 것 다 파묻고, 거짓말로 서로 말 맞출 것 다 맞췄다고 믿을 만하니까 검찰이 나섰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신씨를 고소한 사람들도 마지못해 억지로 고소한 듯하다. 동국대는 7월 11일 신씨 학력위조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고도 동국대는 신씨가 미국으로 도피한 7일 뒤에야 신씨를 고소했다. 광주비엔날레 측 역시 신씨가 미국으로 빠져나간 지 2일 뒤에 고소했다. 신씨가 도피하기를 기다렸다고 볼 만한 것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신씨의 가짜 학력을 폭로해서 이번 사건을 굴러가게 만든 장본인인 전 동국대 재단이사 장윤 스님이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난 다음날인 7월 9일 한갑수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씨가 큐레이터로 능력이 탁월하다는데 (비엔날레 감독 일에) 박사학위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신씨 채용을 계속 밀고 나가도록 권유했다는 사실이다. 변 실장이 도대체 무슨 요술을 부렸길래 신씨의 거짓말을 폭로했던 사람이 오히려 신씨를 감싸고 돌게 됐느냐는 것이다.
변 실장은 자신이 신씨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24일 이후 청와대 담장 안에 꼭꼭 숨어 있다. 밤에만 슬쩍 빠져나와 호텔에서 묵었다는 소문만 돌고 있다. 변 실장은 본래 입이 큰 사람이다. 자기 소관 아닌 일에도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대통령을 향한 일편단심을 과시해 왔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입을 연 것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공개회의에서 어쩔 수 없이 기자들과 맞닥뜨려 “나는 공무원 30년을 바르게 한 사람”이라는 것뿐이었다.
변 실장은 다른 관련자와는 달리 공직, 그것도 대통령 곁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모든 정책을 다루는 막중한 자리에 있다. 그런 그가 자기의 개인 의혹 때문에 업무 집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무원 생활 30년 동안 윗사람 얼굴색만 살피고 살아온 것이다.
검찰 수사는 간단하다. 신씨가 동국대 교수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되는 데 어떤 배경이 작용했느냐 하는 점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무엇이 두려워서, 무엇을 감추려고 저렇게 두더지 생활을 하고 있느냐도 검찰이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