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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8일자 오피니언란에 실린 이신문 정진홍 논설위원의 글 <하늘이 두 쪽 나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 아니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말이다. 답답하고 절박한 심정이 담긴 말이겠지만 “하늘이 두 쪽 나도…”는 애당초 입에 담지 말았어야 했고, 또 담지 않았어도 될 말이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애초에 검찰을 경선판에 끌어들인 장본인은 다름 아닌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이었다. 결국 스스로 불러들인 검찰의 덫에 걸려 “하늘이 두 쪽 나도…”를 자기 입에 올리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경선판에 스스로 검찰을 끌어들여 그 검찰에 당했으니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런데 자고로 “하늘이 두 쪽 나도…”를 입에 올린 사람치고 제대로 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부인 한인옥씨가 당 소속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 광역 및 기초단체장 부인 연찬회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권은 잡지도 못한 채 결국 하늘만 ‘진보의 하늘’과 ‘보수의 하늘’로 두 쪽이 나고 말았다. 그렇게 두 쪽 난 하늘 아래서 나라는 갈 길 몰라 헤맸고, 그 와중에 이래저래 죽어난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었다.
“하늘이 두 쪽 나도…”는 억울함과 절박함의 극단적 표현이다. 본래 그것은 억울하고 절박한 심정을 그 어디에도 호소할 길 없는 민초들이 유일하게 기대는 하늘마저 두 쪽 나더라도 결코 물러설 수 없고 양보할 수 없다는 절절한 심정의 분출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가장 강력한 경선 후보 중의 한 사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제 아무리 억울하고 절박해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적어도 “하늘이 두 쪽 나도…”라고 극언하듯 해선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고 말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솔직히 “하늘이 두 쪽 나도…”에는 절박함과 억울함을 넘어서 왠지 모를 오만이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 정치인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적 표현을 스스로 삼가야 한다. 함부로 맹세하고 “하늘…” 운운하는 것은 유치한 정치다. 진짜 정치는 함부로 맹세하지 않는다. 도망갈 구멍을 마련해 두기 위해서가 아니다. 설사 내가 제 아무리 투명하고 깨끗하다 해도 국민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겸손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실이면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국민이 다 안다. 하지만 거짓이라면 아무리 분 바르고 치장해도 국민이 비웃고 외면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검찰이 시시콜콜 수사해 이렇다 저렇다 말해 주지 않아도 헤아릴 줄 아는 상식으로 미루어 안다. 그래서 민심은 천심이다. 큰 지도자라면 그 천심 같은 민심을 믿고 그 앞에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
이제 한나라당 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진행된 한나라당 경선 과정을 바라보면서 정말 놀라운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의 인내심’이다. 진흙탕 개싸움보다도 더하게 그토록 물고뜯고 싸우다 못해 경선에 검찰까지 개입시킨 한심한 작태를 국민들은 이 염천 더위 속에도 참고 또 참으며 아직도 지켜보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하나다. 정권교체에 대한 결코 놓을 수 없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경선 후보 중 누가 이기고 지든 간에 이 한가지는 명심해야 한다. 이제까지 참고 인내하며 지켜봐 준 국민의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인내심 앞에 무엇보다 겸허해야 한다는 것을. 국민이라는 바다 없이는 배를 띄울 수 없고, 그 국민이란 바다가 한번 노하면 언제든지 배는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