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후보 캠프는 지난 3일 김해호 씨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김해호 씨 후배라고 칭하는 익명의 사람과의 대화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다. 가히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

    이제 녹취록까지 내밀면서 공방이 시작되었으니 경선캠프들은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 갈 때까지 다갔다는 느낌이 든다.

    경선캠프들은 앞뒤를 젤 것도 없고, 위아래를 생각할 것도 없으며, 전후좌우를 분별할 지성이나 변별력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닥치는 대로 폭로하고 상대를 헐뜯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루비콘 강을 이미 건넜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자금의 한나라당 경선 모습은 한마디로 미궁과 미로 속을 헤매이며 상대를 마구 난타하는 것처럼 비이성적 모습을 여과 없이 국민들 앞에 내보이고 있다. 이미 정책검증은 한 물간지 오래됐고, 네거티브 검증만 천둥 번개처럼 치열하게 뇌성을 치고 있다.

    박 캠프 관계자는 “김해호 씨의 후배가 제보해 온 것”이라고 하면서 녹취한 내용을 언론에 발표했다. 다시 말하자면 김해호 씨와의 대화를 녹취한 익명의 후배라는 사람이 박 캠프 측에 녹취한 내용을 제보했다는 것이다. 녹취에 나오는 인사가 바로 제보자라는 말까지 덧붙였다고 한다. 김해호 씨는 최태민 비리의혹을 발설했던 사람이다.

    캠프가 상대후보를 제압하기 위하여 녹취록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공방을 하고 있을 정도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세상 많이 변했다.
    김해호 씨 후배라고 칭하면서 의도적으로 녹취를 감행한 XXX씨는 과연 누구일까. 이유야 여하튼 박 캠프 측은 녹취한 XXX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최태민 비리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 씨 관련된 녹취를 채집해서 언론에 발표했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박 캠프 측이 최태민 비리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 씨와 이명박 후보와의 관계가 밀접하게 있다는 점을 드러내 보이기 위하여 익명의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조인스닷컴에 활자화된 녹취록 요지다.(※표시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조인스닷컴의 설명임).

    ▶후배="정두언이가 형님을 어떻게 알아요."(※정 의원은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이다.)

    ▶김씨="정두언이하고 나하고 MB(※이명박 후보)하고 세 사람이 의형제야. 의형제."

    ▶후배="형님하고?"

    ▶김씨="2002년부터."

    ▶후배="그러니까 정두언이는 형님을 영입해 갔구먼."<중략>

    ▶김씨="나하고 2002년부터 지금까지 같이 끌어온 거야. 이 모든 것을 그 친구가 작업해서… 그러니까 그 기자회견(※박 후보 비리 폭로 회견으로 보임) 내가 총대를 다 멘 거야. 죽어 있는 최태민이라는 송장을 끄집어내는 거야." <중략>

    ▶김씨="강남 캠프에서 우리 애들 10명이서, 컴퓨터의 최고 고수들이 싸우고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도 모르지. 거기서 애들이 지금 전국에 있는 컴퓨터로 박근혜 쪽하고 치고받고 싸우는 거지."

    이상의 녹취록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상대를 죽이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나라당 경선캠프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나타난 경선의 망령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인 박형준 의원은 “박 후보 쪽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김씨가 뭐라고 허풍을 쳤는지 모르지만, 왜 우리가 그걸 전부 입증해야 하느냐. 이 녹취록은 검찰에도 있는 걸로 아는데, 신빙성이 있다면 왜 검찰에서 우리 측에 대한 조사가 없었겠냐. 아마 정두언 의원과는 인사 정도는 했으리라 보이며 이 후보와 김 씨는 전혀 모르는 사이다”라고 하면서 박 후보 측을 향해 강하게 반발했다.

    우리가 여기서 느껴지는 점은 녹취록 자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대화를 이끌어간 내용이라는 사실이다. 녹취를 할 때는 무언가 녹취를 해야 하는 특수 목적이 있었을 것이 아닌가. 김해호 씨의 후배라는 사람이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선배인 김해호 씨와의 사적대화를 몰래 녹음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녹음은 박 캠프로 건네진 것이다. 인간적으로 볼 때 후배란 익명의 사람이 선배에게 어떤 말을 하도록 유도하여 녹음까지 했다고 생각해보니 끔찍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익명의 후배가 녹음을 하여 박 캠프에 전달이 되었으니, 이유야 여하튼 박 캠프와 녹취한 익명의 후배가 어떻든간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추정을 할 수도 있겠다.

    이크! 세상 무섭다 무서워!
    이거 녹취할까봐 사람 만나기가 무서워서 어떻게 살겠나.

    후배라는 사람이 선배를 만나 녹취를 해야 하는 세상 - 또 순진하게 후배에게 이러쿵저러쿵 허풍을 떨어야 하는 선배 - 두 선후배는 분명히 가까운 사람인 것 같은데, 이렇게 몰래 녹음이나 해대서야 어떻게 이 세상 무서워 사람만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경선이 문제가 아니라 요즘 세태에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 더욱 문제인 것 같다.

    이러한 녹취를 받아서 언론에 공개해야하는 캠프의 모습 - 이래서 어디까지 가보겠다는 것인가?

    경선이 이토록 ‘007작전’을 방불케 하면서 경선에 이겨본들 과연 한나라당이 제대로 된 수권정당의 모습이라고 가히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며, 한숨지을 수밖에 없다.

    ‘007작전’은 이미 영화가 아니고, 한나라당 경선에 투입된 ‘경선 망령’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