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교체를 최고의 목표로 여기고 있는 우리들의 입장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공정하게만 관리된다면 문제가 없다. 누가 경선에서 선출되든 우리는 그를 중심으로 뭉쳐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룰 각오를 하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 경선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후보간의 경쟁이 서로에게 치명적 상처를 줄 정도로 치열하게 부정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경쟁 자세는 선출되는 특정 후보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전체의 이미지를 흐려 정권교체 자체를 위험하게 하는 측면이 있어 부정적 경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가한 두 대선후보 간의 경쟁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분이 나빠진다. 자신들이 국가를 위해 또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할 것인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왜 상대방이 되어서는 안 되는지 헐뜯는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적 경쟁은 아무리 치열하게 진행되어도 득이 되는 것이 없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만신창이가 되어 자랑스러울 것이 하나도 없는 상처뿐인 승리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전개된 배경에는 박근혜 캠프의 지지율 하락과 초조함에서 비롯된 네거티브 검증 공세가 자리잡고 있다.

    되돌아보면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몇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였고 이 압도적 승리가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친북좌파세력을 극도의 공포심으로 몰아넣었고 급기야 열린우리당이 해체되기에 이러렀다. 이런 결과는 박근혜 전대표의 공에 속한다. 그러나 그 성과가 한나라당이 잘 해서 얻은 결과라기 보다는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거듭되는 실수와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이라는 해석도 강했다. 따라서 그러한 한나라당의 승리가 반드시 박근혜 전 대표의 리더십의 결과는 아니라는 견해도 많았다. 그러나 어찌되었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곧 박근혜 대표의 지지로 받아들여졌고 박 대표 자신도 그렇게 믿었던 듯하다. 예정대로 박근혜 전 대표는 대선 경선에 참가하기 위해 대표직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명박 전 시장이 대선 경쟁에 뛰어 들면서 박근혜 진영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변화를 박근혜 진영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박근혜 진영은 소위 검증이란 이름으로 상대방 이명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배경이 되는 논리가 그 이전의 두 번의 대선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가 패배한 배경에는 김대업 등의 네거티브 공세가 있었고 그 때문에 이회창 후보가 패배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에게는 그러한 약점이 있기 때문에 만약에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된다면 친북좌파세력의 네거티브 공세 한방에 날아간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네거티브 검증 공세가 우려되지 않는 바가 아니지만 우리들은 예방주사론을 근거로 검증은 철저히 할수록 좋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기왕에 드러날 약점이라면 미리 거르는 것이 좋을 뿐 아니라 미리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친북좌파세력의 네거티브 공세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 갖은 방법으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검증 공세를 펼쳐도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의 지지율 차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략 10% 정도의 지지율 차이가 존재하며 이 차이는 그 어떤 검증 공세에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가 이렇게 되자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흠있는 후보’라든가 또는 이명박 ‘필패론’을 내세워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공식적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그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앞서기 시작했다고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박근혜 진영의 선거전략에 대해 우리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아무리 한나라당 내의 경선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네거티브 공세는 한나라당 전체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을 떨어뜨려 결국 한나라당 후보의 대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진영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시작한 이래 두 후보 간의 차이는 줄어들지 않는 대신 한나라당 전체에 대한 지지율을 하락하였다. 더 이상의 자해행위는 없어야 한다. 네거티브 공세가 자칫 친북좌파세력에게 어부지리를 줄 수 있음을 인지하여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실수 뒤에는 박근혜 진영에서 가지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월하며 박근혜 대표는 ‘흠’이 없으나 이명박 후보에게는 흠이 많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근거도 없으며 정당하지도 않다.

    처음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시작하였을 때 우리는 이런 부정적 공세가 부메랑이 되어 박 후보에게 되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왜냐하면 ‘흠’이라는 것은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판단에 의해 그 중요성이 결정되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후보 쪽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재산형성상의 비리가 가장 큰 흠이며 이것을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지만 사실상 국민은 박근혜 후보의 사생활의 불투명성이 더 큰 흠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아가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이 큰 결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국민은 박근혜 후보의 김정일과의 면담이 더 큰 약점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만약에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단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비추어 이명박 후보는 ‘흠’이 많으며 따라서 ‘필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오만함 정도를 지나 독선적이다. 왜냐하면 판단은 국민의 몫임에도 마치 자신들이 심판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판자는 어디까지나 국민이다. 자신들의 판단을 강요하는 것은 독재자에게서나 볼 수 있는 독선이다. 그리고 이런 판단의 배경에는 국민이 지금 진실로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살피려 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만을 내세우려는 이기적 동기도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국민의 후보에 대한 도덕성 기대수준과 박 후보 진영의 기대수준 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두 후보에 대한 개별적 도덕성 기대수준 또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국민은 이명박 후보의 경우 도덕적 결점보다 경제적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 같다. 어쩌면 국민의 박근혜 후보에 대한 도덕적 기대수준은 높은 대신 경제적 리더쉽에 대한 기대수준은 낮을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 자신들이 설정한 특정 판단 기준에만 근거하여 상대후보를 후보가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든가 상대 후보가 선출되면 대선에서 필패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며 독선적이다.

    그 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네거티브 검증 공세로 인한 공멸의 가능성이다. 네거티브 공세로 득을 보는 것은 미시적으로는 공세를 취하는 쪽일 수 있으나 거시적으로는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인 바로 친북좌파세력이다. 어떻게 보아도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가 현 상황에서는 이명박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에 대해 필패론을 제기하는 것은 이적행위에 해당한다. 만약에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선출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 후보가 선출되면 필패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흔쾌히 그를 지지할 것이며 또 필패론을 주장한 본인 자신은 흔쾌히 그 후보 진영에 합류하여 정권교체를 위해 열심히 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의 경선은 축제가 되어야 한다. 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내세워 서로 국민에게 더 좋은 의미로 다가갈 수 있도록 상승적으로 경쟁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상승할 수 있으며 우리가 열망하는 정권교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단지 자신의 지지를 만회하기 위해 상대 후보를 극단적으로 헐뜯는 것은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 사실 박근혜 후보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로 인해 떨어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곧 바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 지지율의 하락은 바로 한나라당 전체에 대한 지지율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이적행위의 근거다.

    박근혜 진영에서는 자신들이 반드시 이명박 후보를 꺾고 본선에 진출하여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네거티브 공세에 운명을 걸겠다고 나설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경선에서 선출되든 또는 이명박 후보가 선출되든 상관없이 모두 우리들이 지지할 대상이다. 따라서 두 후보가 서로 흠집을 내기보다 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서로 국민의 지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 대결을 펼쳐야 한다. 현재의 여론의 추세라면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는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다. 국민의 기대가 박근혜 진영에서 판단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박근혜 진영은 한나라당 전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전체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방법으로 경쟁할 것을 권한다. 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네거티브 검증 공세나 이명박 후보에 대한 필패론은 이적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진영은 더 이상의 전략적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