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8일 사설 '입당하지 않은 정당에 탈당계 낸 이강래 의원'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범여권 신당에 참여한 이강래 의원이 26일 통합민주당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의원 서명이 담긴 문건을 내용증명 우편으로 보낸 것이다. 탈당은 입당했던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통합민주당에 입당한 적이 없다. 이 의원은 지금 당적이 없는 무소속이다. 입당도 하지 않은 사람이 탈당계를 낸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의 ‘정치 호적’을 떼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동료 의원 22명과 함께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모임’이라는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었다. 그러다 이번에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했다. 이 의원이 반 년 사이에 이름을 올린 정당·정치모임만 네 개나 된다.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정치 일생 전부를 기록해도 이처럼 복잡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이 의원이 옛 당을 뛰쳐나가 새 당에 들어가는 일이 빈번했다는 얘기다.

    이 의원 측은 이번 코미디를 “지역구 사무실에서 통합민주당에 이 의원 당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보냈다. 의원은 모르는 일이며 서명도 직원이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지역구 사무소 사람들도 자기 의원이 어느 당 소속인지도 제대로 몰랐다는 것이다.

    범여권 신당에는 이 의원처럼 이 정당 저 정당을 옮겨다녀 ‘정치 호적부’가 너덜너덜해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김한길 의원 등 1차 열린우리당 탈당파 20명은 지난 6개월 사이 ‘탈당 두 번(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 창당 세 번(중도개혁통합신당·통합민주당·범여 신당)’이라는 전무후무할 기록을 만들었다.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사람들의 ‘가계도’도 복잡하다. ‘창조한국미래구상’과 ‘통합번영국민운동’, 두 집안이 ‘통합번영미래구상’으로 합친 뒤 내부 노선갈등으로 다시 ‘미래창조연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가 이번에 신당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든 정권을 내놓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내년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아 보려고 부리는 잔꾀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