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진부한 구호가 이번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말이 되고 있다. 지난 1997년과 2002년의 대통령 선거 결과는 뭉침과 흩어짐에서 정해졌음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흩어짐의 뼈저림을 겪어야 했던 한나라당이 두 번의 패배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인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가장 극단적인 양분의 내전 상태에 빠져들었다.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에 이어 양강 후보 사이의 심상치 않은 전선은 흩어짐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법적인 분가는 쉽지가 않지만, 지금 상태로는 사실상의 내분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① 금년 대선은 총선을 앞두고 있어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 지망생들이 자신들의 생존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② 당 원로부터 일선 당원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후보 진영으로 양분되어 있어 사실상 ‘두나라당’의 형세이고, ③ 두 후보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고, ④ 그 동안의 언행들을 통하여 감정적인 골이 지나치게 깊다는 점 때문에 경선 이후에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반면에 여권은 ‘대통합’을 향하여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고, 그들의 캠페인 또한 국민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는 흥행이 될 가능성이 높아 한나라당의 내전 상태 및 네거티브 캠페인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런 한나라당과 여권의 대조적인 상황은 양당의 경계선에 있는 중간 유권자들을 대거 이탈시킬 공산이 크다. 심지어 한나라당에 강한 애정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마저 ‘차라리 여권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분위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아직은 여권의 전열이 정비가 채 되지 않았고, 후보의 윤곽 또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도가 높은 상태이지만, 찬바람이 불 때쯤 되면 큰 변화가 올 것이라 예상된다. 여권의 후보가 누가 되든, 토너먼트를 통해 승리한 후보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 불을 보듯이 뻔하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 큰 기대를 거는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저들이 새 판을 짜고 있는 것이 사실상 2002년으로의 복원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환골탈태를 보여주는 셈이다. 한나라당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저들의 몸부림이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될 수도 있었겠지만, 한나라당의 캠페인이 ‘눈 뜨고 볼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여권의 이합집산(離合集散)과 새로운 정당 만들기가 오히려 신선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의 양대 후보 진영에게 그 어떤 설교가 먹힐 상황이 아니다. 한 달만이라도 네거티브 하지 말자고 해도, 이제 검증 청문회까지 끝났다고 해도 ‘쇠귀에 경 읽기’이다. 본선은 뒷전이고 오로지 8월 19일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1위 진영도 2위 후보에 대하여 ‘검증’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 정작 ‘검증’이 되었어야 했는데, ‘분풀이’하는 듯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균형’을 맞춘다는 측면에서는 2위 후보도 본격적인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사실 문제의 심각성은 2위 후보에게 더 크게 있다고 본다. 여권의 네거티브에 더 무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번 ‘검증청문회’에서 드러난 것만 하더라도 그렇다. 어찌 됐든 1위 후보는 자신이 기업인으로서 번 돈으로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기에 서민들의 위화감이 클 수 있다는 정도의 문제이다. 반면에 2위 후보는 경우가 다르다. 여권에서 극적으로 부각시키면 아마도 당해낼 재주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흠 없는 후보’를 계속 강조하는 것은 정말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것인지, 그런 구호를 통하여 이미지를 실체화시키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쨌든 한나라당의 본선 가도에는 적신호가 켜져 있다. 이 상태에서 청신호로 바꿀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양 진영의 화해도 어렵거니와,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이미 골이 깊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단 한 가지 방법은 한나라당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길이다. 경선 과정도 위태롭지만, 경선 결과마저 박빙(薄氷)의 승부로 끝나면 더욱 위험하기 때문이다. 당선자가 비교적 큰 표의 차이로 승리하고, 그 힘으로 통합의 구심력을 발휘할 때만이 그나마 본선 승리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당선자가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아직 이 당, 저 당에 합류하지 않은 유력 정치인과 정치 세력 그리고 중간적인 시민사회 지도자들을 영입해야 한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을 서서히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개혁적이고 참신한 사람들을 앞장세우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 드러난 양 후보의 비전은 한쪽에 치우치거나 낡은 것이었다. 적어도 30년 앞을 내다보는 비전을 내세워야 한다. 그리고 캠페인 방식 또한 보다 새롭고 감동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미래를 향한 선택’임을 새삼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