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3일자 오피니언면 '동서남북'란에 이 신문 주용중 정치부 차장대우가 쓴 '홍준표 원희룔, 힘내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경선후보인 홍준표·원희룡 의원의 여론조사 지지도는 대개 1% 미만이다. 1000명 중 10명의 지지도 못 얻고 있다. 여론조사 오차범위가 4% 안팎이니 무의미한 수준이다.

    무의미한 후보들에 관한 글을 마땅치 않게 여길 독자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써야 할 이유가 있다. 두 후보의 딱한 처지는 한나라당의 불균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단체든 온건파와 강경파가 있듯이 어떤 당이든 좌와 우의 스펙트럼이 당내에 있기 마련이다. 단체나 당이 잘되려면 좌와 우, 양(陽)과 음(陰)이 잘 어우러져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지금 그렇지 못하다. 한나라당 내 좌파 성향 후보들은 씨가 마르게 된 것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 3월 자신을 업어 키운 당에 삿대질을 하며 나가 버렸고 고진화 경선후보는 사흘 전 사퇴했다. 고 후보도 탈당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원희룡 후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그런 지지도로 왜 뛰느냐”는 말을 듣는다.

    한나라당 ‘개혁’을 부르짖던 세력이 왜 이 지경이 됐나. 작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두 모임이 있다. ‘국가발전연구회’와 ‘새정치 수요모임’이다. 두 모임엔 목소리 큰 현역의원만 각각 20명 이상씩 몰려 고비마다 당의 쇄신을 합창했다. 홍 후보는 국가발전연구회의 핵심이고, 원 후보는 새정치 수요모임을 주도해 왔다.

    그런데 지금 홍 후보와 원 후보 곁에는 두 모임 소속 의원이 한 명도 없다. 모두 이명박·박근혜 후보 품으로 달려간 것이다. 철마다 1박2일로 MT를 가서 의리를 다지다가 떠나버린 동지들의 책임이 더 큰지, 그들을 놓친 두 후보의 책임이 더 큰지는 모르겠다.

    홍 후보는 그동안 지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는 행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당원들을 모아주는 사람도 없고, 그럴 자금도 없다고 했다. 원 후보는 전라도와 제주를 돌았지만 모인 당원이 10명 남짓인 때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 어느 유력 대선 후보 측에선 홍 후보에겐 직접적으로, 원 후보에겐 간접적으로 사퇴하고 도와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내미는 손은 달콤한 유혹이자 압력이다. 그러나 두 사람마저 그 길을 가면 본인도, 한나라당도 우습게 된다.

    두 사람의 8월 19일 경선 승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누가 3등을 하느냐다. 두 사람에게 물으니 똑같이 “지금 같으면 누가 3등을 하든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답했다. 사실 1000명 중 9명의 지지를 받든, 7명의 지지를 받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하지만 한나라당은 두 사람 중 한 명을 ‘의미 있는’ 3등으로 밀어올려야 한다. 그것이 당의 균형과 건강성을 되찾는 길이다. 두 사람 중 우열을 가리는 기준은 어떤 메시지를, 얼마나 진심으로 부르짖느냐가 돼야 한다. 두 사람이 내건 정책이 뭔지 아는 국민은 아직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를 두 사람은 ‘빅 2’에만 집중하는 언론 탓으로 돌리고 싶을 것이고 그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죽기를 각오하고 뛰면 언론도 감동할 수밖에 없다. ‘서민대통령’을 주장하는 홍 후보는 서민 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1가구1주택을 대표 공약으로 내건 원 후보는 언론이 외면하면 핸드 마이크라도 들어야 한다.

    현안에 대한 지식이나 토론 실력이라면 ‘빅2’에게 결코 뒤지지 않을 두 사람에게 3등 경쟁을 하라면 자존심이 상할지 모른다. 그래도 꾹꾹 참고 홍준표와 원희룡은 3등 경쟁에 치열하게 나서야 한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그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