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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1일자 오피니언면에 김영봉 중앙대 교수(경제학)가 쓴 시론 '대선후보들의 선심경쟁'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난 16일 서울 중곡동에서는 어머니로부터 “취업 준비를 안 하냐” 꾸지람을 들은 23세 여성이 목을 매 자살했다. 그 이틀 전에는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25세의 여성이 취업도 안 되고 약대 편입시험에도 실패했다고 역삼동 호텔에서 음독자살했다. 대치동 오피스텔에서는 월세를 내지 못한 30세 남자가 창틀에 목을 매 자살했다.양극화와 서민복지를 가장 걱정하는 현 정부 말년에 우리는 이런 좌절을 일상으로 겪는 나라가 됐다. 국민세금으로 정의를 만들겠다는 아마추어 이념 집단이 4년간 포퓰리스트(대중 영합) 정책을 펼친 결과다. 한 리크루팅(취업 알선) 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20대 구직자의 47%가 “취업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5년 뒤에도 우리는 이런 비극을 다시 봐야 하는가.
한나라당 대선후보자에게 한때 70%가 넘는 여론지지가 쏠렸던 것은 그들이 이 상황을 반전시킬 국가지도자이기를 국민이 열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기간 야당은 당연히 그들의 후보가 현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을 지도자임을 국민에게 확인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두 유력후보 캠프는 끝없는 이전투구로 국가지도자의 이미지를 있는 대로 상처 냈다. 엊그제 치러진 검증청문회도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게 차명재산이 있는가, 목사와 어떤 관계인가 따위만 따졌다. 향후 남은 후보검증기간도 이렇게 치명적 결함을 가진 후보 상만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말 것인가?
새 지도자가 들어서면 정리할 쓰레기들이 무수히 많다. 문란한 국법질서, 반시장 반미 반기업 환경, 전교조의 방종과 교육규제, 행정수도 이전, 비대한 적자정부 등등, 한결같이 경제의 활력을 죽이고 미래세대에게 불안과 부담을 늘리는 것들이다. 대선 후보자들은 이들 하나하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 중 가장 선명히 밝혀야 할 것이 복지정책 수준이다. 선심정책의 유혹은 누구나 거부하기 어렵다. 이미 이명박 후보는 “새 출발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집 한 채씩” 공급할 것을 언급했다. 박근혜 후보는 5세 미만 모든 아이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보육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후보는 어디까지 이런 선심경쟁을 확대할 것인가.
복지제도가 아름다운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불행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오늘의 사회에서 부의 혜택을 받은 행운아는 남을 위해 어느 정도 비용을 내야 한다. 그러나 국가복지제도는 정당화되는 것 이상의 방대한 비효율, 권력증대, 부정 및 비리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가 그 선택을 신중히 하지 않으면 바로 사회주의가 되는 것이다.
현 정권 들어 복지분야 예산은 연평균 20% 이상 늘어나 복지예산 비중은 2002년 20%에서 2006년 28%로 뛰고 내년에는 30%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 비용은 물론 국민세금이 되어 기업의 투자환경을 해치고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경제와 기타 국민에게 필요한 국가예산도 핍박을 받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지방정부가 걷잡기 어렵게 늘어나는 사회복지예산 분담금 때문에 가로등·도로·배수펌프장·공원 같은 주민편의시설을 건설도 보수도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19세기 유명한 시장주의자 바스티아(F. Bastiat)에 의하면 국민은 “국가로부터 단지 얻을 것만 기대하고, 국가가 그들에게서 이윤을 취하는 것”을 모른다. 모든 복지제도는 기본적으로 A(복지수혜자)에게 나누어 줄 것을 B(국민)로부터 거두어 조달한다. 이 과정에 C(정부)가 들어가 자기 몫을 챙긴다. 돈을 걷고 분배하고 감시하자니 거대한 공무원, 관료기구, 기금관리조직 등이 필요해진다. 아주 나쁘게 말하자면 B는 100을 지불하지만 A는 70도 못 챙기고 그 이윤으로 정부가 살찌고 정치가의 인기를 올리는 것이 복지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남은 검증기간에 후보자의 선심경쟁을 통해 우리 유권자들은 누가 포퓰리스트이고 누가 소신이 확고하고 용감한 지도자인지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