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이 오랜 정체의 늪에 빠져 있다고 아우성 치고 있습니다. 어느 특정 정권의 책임을 떠나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후진국으로 추락하느냐 하는 갈림길입니다. 그래서 여·야 할 것 없이 선진화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이런 맥락 속에서 2007년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의 핵심적인 과제가 무엇이며, 다음 정권은 어떤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가를 우선 탐색하고, 여기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시대의 핵심 과제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자 합니다. ① 글로벌 시대에 맞는 제 시스템 정비 ② 글로벌 인재 육성 ③ 국민 통합 ④ 전환기 외교력 배양 ⑤ 법치주의와 시민정신의 함양 등.

    이런 과제 중에서 다음 정권은 특히 △ 수요자 중심의 정치·행정 혁신(권력구조 및 선거구제 개편, 국회·정당 개혁, 정부 부문 구조조정 등) △ 시장의 자유 확대와 그 사후관리의 강화 △ 글로벌 지향의 교육 대혁신 △ 사회적 약자 통합(사회적 비용 경감, 사회안전망 확충, 대기업-중소기업 수직관계 개선 등) △ 유연하고 실리적인 국제관계 △ 대북 이니셔티브 속의 지원과 변화 유도 △ 도덕적·문화적 헤게모니 속의 법 집행을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쪽에 치우진 구시대 이데올로기와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길’의 정립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큰 시장, 작은 정부’와 같은 한나라당의 구호는 수정되어야 합니다. 레토릭으로 그럴 듯해 보이지만 현실의 과제들을 수용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될 수가 있습니다. 예컨대 ‘활기찬 시장, 유연한 정부’라는 것이 목표로 되면 좋겠지요. 그리고 다른 부문과의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한다면 순항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역대 정권들의 실패도 오만과 독선의 결과라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위와 같은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적합한 문제의식과 덕목을 가진 지도자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겠지요. 그것은 딱히 누구라고 지칭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은 대통령 후보 경선이 이런 것을 테스트하는 기회여야 하는데, 이번 한나라당 경선의 경우에는 지엽말단(枝葉末端)으로 흘러 좋은 후보 간택의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물론 도덕적 자질도 따져야 하겠습니다만, 다수의 요인들을 놓고 총체적으로 평가를 해야 하는데, 한두 가지만을 가지고 후보의 자질을 따지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리고 포지티브한 것은 각자의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선전을 해야겠습니다만, 우리의 언론 풍토상 네거티브 캠페인이 더 크게 부각된다는 점에서 이번 한나라당 경선은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되는 것만 같아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다수의 한나라당 사람들이 선진화를 외치면서도 그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 있어 그런 조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선진화, 그 중에서도 정치와 선거의 선진화가 아직 요원함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나라당 경선의 경우, 검증 청문회까지 열 정도로 도덕성 검증은 할 만큼 했습니다. 비슷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끼리 더 이상 ‘흑백 논쟁’을 해 본들 무슨 소득이 있겠습니까? 이제 남은 한 달 동안이라도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열어갈 리더십의 조건과 이에 부합하는 후보들의 역량을 검증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번 TV 토론회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만, 시간이 부족한 데다 토론이 단편적이고 소모적인 공방전으로 흘렀기 때문에 리더십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와 관련한 정보를 구하는 데는 부족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남은 일정인 합동연설회와 TV 토론회에서는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한 국가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만에 하나 지금까지처럼 당의 원심력을 고조시키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난무한다면 한나라당의 대선 가도에는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령 승리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또 다시 실패의 5년을 보내고 말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만큼 작금의 상황이 엄중하고, 다음 정권의 책임이 만만치 않은 것입니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