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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초부터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져 온 한나라당 경선이 종반전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격전이라 막바지로 갈수록 열기를 뿜어낼 것이 충분히 예견됩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 지금의 양상으로 봐서는 경쟁에서 패하는 유력 후보 한 사람은 거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를 도운 국회의원과 참모들 또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경선에서 이긴 후보라고 해서 상처가 없겠습니까? 아마도 거의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되어 본선을 맞이할 것입니다.
저는 한나라당 경선 투표일을 한 달 가까이 남겨둔 시점에서 한 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여섯 달 내내 한 사람의 후보가 한 사람의 후보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양상 말입니다. 언론과 여권이야 1위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특정 후보를 타깃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겠습니다만, 왜 한나라당 내의 게임이 일방적인 공격과 수비로 진행되어 온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고작해야 상대의 공격에 대하여 검찰에 고소하는 일밖에 없었지요. 이것은 수비이지 공격은 아닙니다.
1위 후보에게 ‘당신도 공격을 하라’고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수개월을 당하고도 상대에 대해서는 역공을 취하지 않는 것이 의아스러운 일이라는 겁니다. 그것은 아마 세 가지 정도 중의 하나에 해당되겠지요. 첫째, 상대에게 공격할 꺼리가 없는 경우입니다. 둘째, 공격 꺼리가 있어도 공격의 실익이 없어서 함께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셋째, 종교인으로서 그런 일 자체를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나 세 번째라면 굳이 언급할 필요성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관심이 있는 것은 첫 번째입니다.
공격을 주도해 온 후보는 어느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단 1%의 흠이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본인에게는 단 1%의 흠이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發露) 아니겠습니까? 그 후보 참모들 또한 1위 후보에 대하여 줄기차게 도덕성 문제를 제기해 온 것을 보면 적어도 그들 스스로는 그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단 1%의 흠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굳이 흠을 찾자는 것이 아니라, 50여 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 파란만장했던 한국 현대사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분에게 흠이 없다는 것은 보통 사람인 저로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것입니다. 무슨 의혹이다 해서 월간지에 보도된 것을 읽어보았습니다만, 그걸 액면 그대로 믿기가 쉽지 않고 확인할 방법 또한 없어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두(冒頭)에서 언급한 것처럼 언론과 여권은 1위 후보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2위 후보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제기를 하지 않더군요. 게다가 다른 후보 진영에서도 문제를 삼지 않으니까 ‘깨끗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것은 저만 그렇겠습니까? 대다수 당원이나 유권자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겠지요.
한나라당 후보들 가운데 도덕성이 뛰어난 후보가 많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입니다. 다만 나중에 전혀 엉뚱한 것이 터져 나오면 감당하기가 어렵겠지요. 1위 후보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또 민간인 신분으로서 재산이 많고 그 축적 과정이 대한민국의 유산 계층과 대체로 비슷하다는 점이니까 보기에 따라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스스로 도덕군자로 자부해 온 사람에게 어떤 결정적인 흠이 발견되면 그것으로 끝이겠지요.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점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혹자는 후보와 가족의 문제는 별개라고 하는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대통령에 나서겠다는 정치 지도자라면 가족의 행적에 대해서는 일정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후보의 아버지는 양면적인 지도자입니다.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지도자인가 하면, 장기 집권 속에서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지체시킨 책임 또한 있습니다. 최근의 행보를 보면 일종의 역사와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것 자체는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장준하 선생의 미망인의 지적대로 진정성이 얼마나 있는가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것은 앞으로 그 후보가 입증해야 할 몫이겠지요. 그리고 ‘아버지 시대의 빛은 이어받고 그림자를 극복하는 데 나의 할 일이 있다’는 자세라면 출마 자체가 좋은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지 따져볼 문제입니다.
한나라당 내에 검증위원회가 있고, 오는 19일에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만, 이미 오래 전부터 장외에서 검증 공방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후보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 후보들의 자질과 경쟁력을 공정하게 살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보 스스로는 검증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상, 경쟁 후보들이라도 제기를 해야겠지요. 그래야 그 후보 진영이 말하는 대로 본선 경쟁력을 드높이지 않겠습니까? 본선에 가서 여권에 의해 까발려지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털어냅시다. 그래서 당원들이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본선에서 만에 하나 있을 여권의 공작 기도를 미리 차단합시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