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2일자 오피니언면 ‘동서남북’에 이 신문 주용중 정치부 차장대우가 쓴 ‘한나라당 대의원, 시험에 들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선거인단 18만5323명(대의원+당원+일반국민)의 명부 정리에 바쁜 한나라당 조직국 전화통은 요즘 불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자신이 선거인단에 포함됐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한 표를 행사하는 것, 그 기대감에 차 있는 목소리들을 매일 듣는다”고 했다.

    경기도 평촌에 사는 주부 김영숙씨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녀는 10년 넘게 한나라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매달 2000원씩 당비를 내 책임당원이 됐다. 8월 19일 경선 투표장에 가게 된 그녀는 주변의 일반 당원들로부터 “나는 못 가게 되면 어떻게 하지, 나도 꼭 (후보를) 뽑고 싶은데…”라는 말들을 듣는다고 했다.

    사실 이번 경선은 한나라당 사람들에겐 20년 만에 찾아온 ‘진짜 경선’이다. 1987년 노태우 후보(민정당), 1992년 김영삼 후보(민자당), 1997·2002년 이회창 후보(한나라당)가 당선된 경선은 싱거웠다. 당원들이 “내 한 표가 후보를 정한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전에 대세가 굳어져 있었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 사람들이 노무현 후보를 택하며 선보였던 ‘전략적인 선택’이니 뭐니, 그런 ‘실력’을 과시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경선이 4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압도적인 후보는 없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처음 맞이하는 흥미진진한 게임인 셈인데 흥미진진한 만큼 고민도 큰 것 같다.

    이번엔 정권 교체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후보를 잘 뽑아야 하건만, 누가 필승 후보인지 갈수록 긴가민가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명박·박근혜 후보 중 누가 본선 경쟁력이 더 있는지, 본선 경쟁력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청주에서 에어컨 대리점을 하는 손희원씨는 15년째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했다. 매달 3만원씩 당비를 내온 그는 “무조건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 기준을 물으니 “국민들은 깨끗한 사람을 원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울진에서 건설업을 하는 이선욱씨는 연간 60만원씩 당비를 냈다. 민정당 때부터 20년 넘게 한나라당을 지켰다는 그는 “경제가 어려운 만큼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람이 후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어느 쪽이 정답일까. 한나라당 사람들이 8월 19일 선택한 답은 넉 달 뒤인 12월 19일 평가받게 된다. 채점자는 국민이다. 국민이 생각하는 대통령으로서의 경쟁력과 한나라당 사람들이 생각하는 후보 경쟁력이 맞아떨어지는지 아닌지는 그때 가서야 개봉된다. 선거는 구도가 제일 중요하다는데, 범여권 후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답을 써내야 하니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이렇게 보면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수험생은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아니라 대의원과 당원이다.

    한나라당 대의원과 당원들은 작년에 당비를 195억원 모았다. 제1당이던 열린우리당의 192억원보다 많았다. 당비를 낸 사람이 30만명을 훌쩍 넘긴 달도 있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과거엔 당비를 내는 게 아니라 거꾸로 당과 후보로부터 ‘떡값’을 받는 당원들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요즘 한나라당 주변에선 다시 돈 선거 걱정들이 흘러나온다. 투표 당일 어느 후보 캠프가 얼마나 많은 대의원과 당원을 투표장에 실어 나르느냐, 얼마나 많은 ‘실탄’을 쏟아 붓느냐가 결국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다. 거듭, 한나라당의 수험생은 이명박과 박근혜가 아니라 대의원과 당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