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집요하게 여러 이야기가 오고 있다. (이들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활동하는 분들"이라며 "나는 결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는 않다. 민주화 운동도 보상 받기 위해 했던 것도 아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박노해 시인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내 주목받고 1989년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결성을 주도한 혐의로 1991년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박씨는 1980년대 운동권을 관통하며 상징하는 시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그가 11일 서울 종로구 나눔문화 포럼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바논 파병대신 의료재건 부대를 보내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 이 자리에서 박씨는 대선정국에 집요하게 여러 제안이 오고 있지만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는 않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제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집요하게 여러 이야기가 오고 있다. (이들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활동하는 분들"이라며 "나는 결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는 않다. 민주화 운동도 보상 받기 위해 했던 것도 아니다"고 짧게 말했다.

    2000년 이후부터 스스로 사회적 발언을 금한 채 분쟁지역을 돌며 평화활동에 임했던 박씨에게서 정치적 언급을 듣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특히 대선정국에 집요하게 386 집권세력이 자신에게 러브콜을 보낸다고 언급한 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점은 이목을 끈다. 이 말은 그가 민주화 운동가로서 정치를 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

    박씨는 진보의 위기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마디 했다. "한국 민주화 운동은 세계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 대중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 산업화와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 다양성을 겪고 투쟁하며 한국의 민주화는 성장했다"고 말한 뒤 "왜 그렇게 열심히 투쟁하는데도 진보의 위기 문제가 나오고 국민들에게 공감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 문제의 해결 조차 새로운 진보의 씨알이 되고 세계적 시각을 갖음으로서 해결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생각은 군사독재와 분단된 조국 상황에 갇혀 있었다"

    박씨는 "왜 국내 노동문제에서 국제 인권문제로 운동의 방향을 전환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과 자국에 대한 관심은 넘쳐난다. 그러나 타인과 타국에 대한 관심은 없다"면서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무기징역을 살때 '세계를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우리의 생각은 군사독재와 분단된 조국 상황에 갇혀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때 감옥에서 나가 새 삶을 살게 된다면 세계로 나가 한국진보 운동을 펼치며 평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답했다. 

    또한 박씨는 충분히 한국이 잘살기 때문에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충분히 잘산다. 한국 사회는 너무나 잘살고 질서 정연하며 깨끗하다"며 "비록 내부적으로 비정규직 양극화 문제 이주노동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많은 활동가들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고 국민들의 관심도 충분하다. 그러나 세계 인권문제에는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다. 한국 사회가 10년 후를  바라보고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시민운동에는 앞으로 계속 관여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앞으로 (국제 분쟁지역 평화 활동)이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하면서도 "현재 나는 시민운동의 한구석에 서 있다. 뒤에서 여러 활동가들과 이야기는 한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시민운동에 관여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박씨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를 레바논의 대표 기관으로 묘사해 논란이 예상 된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공식 정부가 아니라 시아파 이슬람의 중동 통일을 목표로 하는 테러단체로 알려졌기 때문. 특히 타 중동국가에 비해 기독교계 인구가 많은 레바논에게 있어 이슬람 근본주의 기관에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박씨는 헤즈볼라에 대해 국내 언론과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공식적으로 레바논의 안정을 책임지는 대표 기관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