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4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후보를 둘러싼 검증 공방과 관련해 출처가 의심스러운 자료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 국가기관을 통하지 않고는 알 수도 없고 구할 수도 없는 정보들이다.

    이 후보의 처남이 1982~1991년 사이 전국 47곳의 땅 224만㎡를 사들였다는 것을 비롯해 친인척 부동산 보유·거래 자료만 해도 그렇다. 개인의 건물·토지 보유와 거래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곳은 행정자치부와 국세청뿐이다. 그러나 행자부의 부동산 데이터베이스는 부동산정보관리센터 직원 12명만 접속할 수 있고,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자를 선정해 국세청에 넘기는 일만 하고 있다. 특정 개인의 재산을 알아내는 등 다른 목적으로 부동산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국세청도 과세를 위해서만 부동산 정보를 볼 수 있다. 국세청 직원만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고 직원 고유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넣어야 한다. 수사기관이 개인 재산 내역을 들여다보려면 법원 영장을 받아야 한다. 결국 지금 나도는 자료는 불법적으로 만들어져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후보의 전과 기록도 마찬가지다. 금고형 이상 전과 기록은 중앙선관위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벌금형 기록은 수사 등 특별한 경우 말고는 알 수가 없게 돼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 벌금형인 이 후보의 전과 기록이 정확하게 흘러나왔다면 그 출처 역시 국가기관일 수밖에 없다. 이것 역시 불법적으로 생산돼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마음만 먹는다면 한 개인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캐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의 국가는 사람의 활동을 24시간 전자 감시하는 미래소설 속의 ‘빅 브러더’를 떠올리게 할 만큼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있다. 국가가 그 정보를 남용하면 사생활 침해를 넘어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린다. 누군가가 자기를 발가벗겨 들여다보고 있다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고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행자부와 국세청 전산망 모두 ‘누가 언제 어느 컴퓨터로 어떤 자료를 열람했다’는 기록이 남는다. 수사당국은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개인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생산·유통시켰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이것은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