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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은 2일 이번 임시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안만 통과시키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운영법’의 처리는 다음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그 ‘다음’이 언제인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지도 않았다.
로스쿨법은 지난 2005년 10월부터 국회 교육위에 묶여 있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과 연계시켜 법안 심의 자체를 막았기 때문이다. 그 사학법 재개정 문제가 한나라당의 여당안 수용으로 지난주 해결됐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사학법이 해결됐어도 로스쿨법은 못하겠다’고 한입으로 두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 법사위에서 법조인 양성제도를 깊이 있게 따져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당내 변호사 의원들이 로스쿨법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더 많이 배출돼 기존 변호사들의 수입이 준다는 것이다. 대표·정책위의장 같은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로스쿨법 통과의 최종 관문인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 7명이 모두 변호사다. 한나라당 소속인 안상수 국회 법사위원장부터가 공공연한 로스쿨법 반대론자다. 한 변호사 의원은 지난해 8월 로스쿨법을 막겠다며 상임위를 교육위로 바꾸기까지 했다.
한나라당 식언의 최대 피해자는 대학이다. 법 처리가 계속 지연되면 2008년에서 2009년으로 이미 한 차례 미뤄진 로스쿨 개원 시기는 더 뒤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번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도 시행령 제정, 로스쿨 학교 선정 등 후속 조치를 고려하면 2009년 로스쿨을 개원하는 데도 시간이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로스쿨 채비에 2020여억원을 쓰고 370여명의 교수까지 새로 채용한 40개 대학들로선 한나라당에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해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 변호사 의원들은 제 호주머니 챙기느라 로스쿨이 생길 줄 알고 몇 년째 준비해 온 학생들의 딱한 처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후안무치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금 당장 로스쿨법 통과를 저지하고 있는 당 소속 교육·법사위원들을 전원 교체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변호사 출신 의원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를 단속할 기강조차 세우지 못한다면 집권의 꿈은 이쯤에서 접는 게 옳은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