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드리면 터진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양 진영 모두 신경이 날카롭다. '검증'으로 예민해진 양 진영이 이번에는 '선거인단 구성'문제로 충돌할 태세다.

    당 지도부가 경선투표에 참여할 당원과 대의원, 일반국민 선정 작업을 19일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밝히면서 양 진영 모두 자신을 지지하는 대의원 및 책임당원을 경선 선거인단에 넣기 위해 힘겨루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2일 본회의 법안처리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선거인단 구성을 둘러싼 양 진영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발단은 비례대표 의원의 대의원 할당 몫에서 비롯됐다. 지역구 의원에 비해 추천할 수 있는 대의원 몫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 선임 전당대회 대의원 추가 제청 의결안을 내놨다. 경선투표에 참여할 대의원 중 탈당 및 사망, 당연직 중복자 등으로 생긴 결원에 대해 추가 제청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의원총회의 제청을 거쳐 최고위원회 의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이 반발했고 논란은 박근혜 이명박 양진영의 힘겨루기로 번졌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적한 부분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에게 똑같이 할당된 대의원 추천인 수(3명)가 사실상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비례 대표 의원들은 할당된 3명의 대의원만 추천할 수 있지만 지역구 의원은 별로도 지역 당협운영위원회를 통해 150명에서 많게는 230명까지 추천할 수 있다는 게 비례대표 의원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를 지적한 의원들이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며 현재 이 전 시장 캠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애실 의원이 처음 문제를 제기하자 역시 비례대표인 박찬숙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고 심재철 남경필 의원 등이 거들었다. 김 의원은 "지역구나 비례나 평등하게 3인씩 (대의원을)추천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비례대표 의원은 3명이고 지역구 의원들은 당협운영위원회를 통해 230명까지도 추천할 수 있다"면서 "비례대표 의원들의 역할을 당이 어떻게 규정하고 (비례대표가)선거에서 어떤 일을 하기를 원하는지 잘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도 "전에도 그렇게 했으니 이번에도 같은 식으로 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수구적""이라며 "비례대표는 당에서 영입해 들어온 사람들이다.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지역구(경기 안양동을)를 갖고 있는 심 의원은 "심하게 말하면 비례대표는 필요 없다는 것이냐"며 가세했고 남경필 의원(경기 수원팔달)도 "지도부가 정치적 결단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당이 안한 것 뿐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정치활동을 하도록 하는 게 대선승리에 도움이 되는데 납득할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비례대표 의원을 확보하고 있고 이런 점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의 대의원 할당 몫 증가 주장은 이 전 시장 측이 대의원을 더 확보하려는 시도로 여겨졌다. 그러자 박 전 대표 진영에선 이에 질세라 캠프의 조직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 의원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들을 배려하는 것은 좋지만 방금 (비례대표 의원들의)말은 지구당에 배정된 150명 정도 숫자에 대해 국회의원 마음대로 결정한다는 것인데 이는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의원에 추천된 전직 1급 이상 사무처 당직자 명단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대의원 명단에 추가된 전직 1급 이상 사무처 당직자가 어떤 기준에서 선정됐는지 모르지만 내가 들은 정보에 의하면 18명 중 16명이 특정후보편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불균형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 사무총장이 "1급 이상은 다 포함시켰다"고 하자 김 의원은 "언제부터 언제까지냐"고 따졌고 황 사무총장은 "지난 전당대회(2006년 7월 11일) 이후 퇴직한 1급 당직자는 모두 다 포함시켰다"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에 대한 당 사무처 직원들과 관계자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퇴직한 1급 이상 사무처 직원들을 대의원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 "지난번에 박 전 대표 캠프에서도 실국장급 52명이 지지선언을 했는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등의 반응과 "명단을 보니 박 전 대표 캠프에서 문제 삼을 만하다. 대충 봐도 이명박 쪽 사람이 훨씬 많은데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공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