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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미래를 향한 선택’이라고들 말하면서도 과거의 덫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게다가 과거사에 당할 만큼 당한 정당에서 과거사에 매달리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는 실종되고 삼류 소설류의 소재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도자가 되고 국민의 희망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연구하고 설명하는 데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남의 뒷조사를 하고 그 뒷조사 결과를 발표하느라 여념이 없는 대한민국의 선거 수준이 슬프고 한심스럽다.
얼마나 열심히 살아 왔는가, 좋은 구상을 갖고 있는가를 따지지 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현미경을 들이대며 작은 티끌 하나라도 찾으려 드는지, ‘비전의 경쟁’이 아니라 ‘약점 찾기의 경쟁’으로 전락하고 있는 선거 풍토가 한없이 안타깝고 슬프다.
같은 울타리 안에서 애환을 함께 해 온 사람들이, 평소 서로를 향해 ‘동지’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대하는 현실이 대단히 슬프다. 동지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그 권력은 과연 무엇을 위한 권력이란 말인가.
더욱 서글픈 것은 동지들을 향하여 무시무시한 말을 쓰고, 같은 당의 지도자를 폄하하는 말을 예사롭게 쓰는 그 사람들이 좋은 학교를 나오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그들과 김 모 씨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과연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지, 자신은 괜찮고 다른 사람은 형편없다는 식의 자세를 가진 지도자들이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그런 오만, 나르시시즘이 이 나라를 멍들게 하고 있는데, 또 다시 그런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가.
전·현직 대통령까지 나서서 무너져가고 있는 여권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너무 서글프다. 사술(邪術)과 공작을 통하여, 악마와 손을 잡아서라도, 위법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겠다는 저들의 뻔뻔스러움에 기가 막힌다.
멀쩡한 당을 쪼개놓고 다시 합치는 것이 어색해서인지 그들은 또 다시 ‘평화 세력’의 단결을 외치고 있다. 마지막 냉전 세력인 김정일 정권의 현상유지 전략을 도와주는 것이 저들임을 국민들은 알고 있는데, 저들만 모르고 있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입으로는 ‘좌파 정권(나는 이 표현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지만)의 종식’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좌파 정권의 연장에 도움을 주고 있는 한나라당의 현실이 슬프다. 마치 실패 후의 당 주도권 싸움을 예비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모든 정당들이 ‘국민 참여 경선’을 노래하지만, 국민은 없고 경선만 있는 현실이 슬프다. 국민과 정치가 따로 노는 현상, 이것이야말로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객이 전도된 정치, 정치인들의 단순한 권력 투쟁으로 전락해 있는 선거 풍토를 바꿀 수는 없을까.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