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5일자 오피니언면 '동서남북'에 이 신문 주용중 정치부 차장대우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제일 큰 차이는 살아가는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이 후보는 과정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는 반면 박 후보는 성과 못지않게 과정을 따진다. 그래서 이 후보는 박 후보를 까탈스럽게 여기고, 박 후보는 이 후보가 미덥지 않은 모양이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하면 궁합이 맞을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두 후보의 몇몇 참모들이 똑같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요즘엔 검증공방이 달아오르면서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골이 깊게 파인 것 같다. 이 후보는 측근들에게 박 후보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흠이 없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박 후보의 말을 뒤집어 보면 결국 자신은 흠이 없고 이 후보는 흠이 있다는 얘기 아니냐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 후보가 여권과 박 후보 캠프의 정보 공유설을 직접 거론한 데 대해 몹시 실망했다고 한다. 측근들에게 “이런 게 바로 네거티브”라고 말했다.

    지난주 한나라당의 외교 안보 분야 정책 토론회에서 박 후보가 이 후보에게 “(국가 정체성 문제에 대해) 왜 180도 말이 달라졌느냐”고 따지고 이 후보가 “제가 너무 고차원적으로 얘기해서 이해하기 힘들었는지 모르지만…”이라고 받아 친 대목은 서로에 대한 응어리를 짐작케 한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 검증공방 속에 조연(助演)들은 말할 것도 없고 주연(主演) 후보들마저 본의(本意)와는 상관없이 서로 할퀴고 상처 받는 상황으로 떠밀려 가고 있는 것이다.

    일단 후보 등록을 했으면 탈당해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도록 선거법이 만들어진 만큼 두 사람이 아무리 지지고 볶더라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한나라당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건 안이한 생각이다. 관건은 패자와 승자가 실질적인 협력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 지지도가 50% 안팎인데 두 사람 지지도를 합치면 70%에 육박하는 기이한 현상이 지속되는 비밀은 두 사람이 다르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의 지지층이 다르다는 데 있다. 이 후보는 고학력 고소득층에서, 박 후보는 저학력 저소득층에서 인기가 높다. 샐러리맨들은 이 후보를, 블루칼라들은 박 후보를 좋아한다. 이 후보는 수도권에서, 박 후보는 영남권에서 강세다.

    결국 한나라당이 본선에서 승리하려면 8월 19일 경선 이전에 두 사람의 합친 지지도가 경선 후에 빠지는 것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지름길이다. 그 길은 패자가 승자에게 꽃다발 하나 안기고 덕담 한 마디 남기는 것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렵다. 손을 잡고 방방곡곡을 함께 다녀야 한다. 그러려면 두 사람이 인간적인 신뢰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을 넘어서 차기 정권의 밑그림을 공유해야 한다.

    경제에서는 대체재인 동시에 보완재인 상품은 없다. 그러나 정권 교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명박과 박근혜는 커피와 홍차 같은 대체재이자 커피와 설탕 같은 보완재이기도 하다. 당원과 유권자들이 경선에서 커피와 홍차 중에서 택일하면 패자는 본선에서 설탕으로 변해야 하고, 커피든 홍차든 승자는 기꺼이 그 설탕을 몸으로 안아 녹여야 한다.

    두 사람은 너무 달라서 같이 일하기가 껄끄럽지만, 그렇게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은 서로를 대체재로만 여기고 있고 양 캠프 사람들은 두 사람의 그런 인식을 날이 갈수록 부추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