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지하듯이 스페인은 축구의 나라이다. 스페인 프로 축구 리그인 프리메라리가는 세계 4대 리그에 들어간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온 수많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스페인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다. 특히 프리메라리가의 우승을 번갈아 도맡아 온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문 클럽이다.
이런 축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스페인 축구 대표팀의 실력도 뛰어날 법하다. 거의 대부분의 스페인 대표 선수들이 프리메라리가의 주전 선수들이기 때문에 스페인 국가 대표팀도 세계 정상 수준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럼에도 역대 월드컵 대회에서 스페인의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결승전에 오른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1950년 브라질에서 개최된 대회에서 겨우 4위를 기록한 것이 역대 최고의 성적이었다. 스페인보다 한 수 아래라 할 수 있는 체코와 헝가리가 두 번이나 준우승을 하고 스웨덴도 준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는데, 세계적인 프로 리그를 100여 년 전부터 운영해 온 스페인의 월드컵 대회 성적이 이 정도라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가, 앞서 언급했듯이 스페인 프로 리그를 양분해 온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간의 지나친 라이벌 의식 때문이라는 점은 웬만한 축구 팬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4년 내내 라이벌로 지내다 잠시 국가 대표 팀으로 합류해 봐야 팀워크에 난조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 두 팀이 지나친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수도인 마드리드가 속해 있는 카스티야 지방과 제2의 도시인 바르셀로나가 속해 있는 카탈루냐 지방 사이의 지역 갈등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복잡한 역사성에서 오는 뿌리 깊은 갈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카탈루냐 지방 사람들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같은 나라 국민으로서의 의식이 별로 없다. 1992년 개최된 바르셀로나 올림픽도 스페인의 올림픽이 아니라 카탈루냐의 올림픽이었다. 물론 그 외의 지역들도 비슷한 수준의 지역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
축구처럼 선거도 손발을 맞추는 게임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라는 점에서 둘은 닮아 있다. 제 아무리 스타플레이어가 많아도 팀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팀원들이 같은 동지라는 의식이 약하면 승리를 일궈낼 수 없다는 축구 세계의 생리가 선거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금년 12월의 대회를 앞두고 각 정치 진영은 예선을 치르고 있거나 그러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있다. 게임의 양상에 따라 예선이 본선의 팀워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정반대로 팀워크를 해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권은 하나로 합칠 수 있을 것인가, 한나라당은 경선 후유증을 딛고 대동단결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예선에 참가해서 패한 팀이 본선에는 오를 수가 없지만, 다른 팀을 응원하거나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자기 팀이 패하기를 바라는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여권은 어떤 식으로든 단일팀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리고 여권은 단일팀의 대표 선수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것이 틀림없다.
현재로서는 한나라당 팀들의 경쟁력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점수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양 진영이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지금의 점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우수한 전력을 갖고도 극심한 팀워크의 난조와 동료애의 실종 때문에 번번이 쓴잔을 마신 스페인 축구 대표 팀처럼 한나라당도 세 번째 눈물을 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근본적인 요인은 보수가 하나로 뭉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벌써 ‘빅 3’ 중의 한 사람이 적진으로 갔다. 나머지 두 사람이라도 뭉쳤어야 했는데, 세 사람이 겨눌 때보다 더 극심하게 싸우고 있다. 각자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방향이 아니라 이미 확보해 놓은 아군의 영역에서 아옹다옹 다투고 있다. 완전히 제로 섬(zero-sum)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양상은 제로 섬 게임 같지만, 그 결과는 네거티브 섬(negative-sum) 게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싸우는 과정에서 아군의 영역마저 적군에 넘겨줄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그런 형국, 즉 민심과 당심이 이반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거기다 아군들 중 상당수가 적진으로 투항하거나, 안에서 적군이 아닌 아군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이 된다면 그 승패의 결과는 명명백백하지 않겠는가!
지금이라도 양 진영이 이성을 찾아야 하리라. 그것이 안 되면 당원과 지지자들이 막판에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 예컨대 막판에 가능성이 높은 후보 한 사람에게 밀어주는 지혜라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팀워크를 보다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세 번이나 같은 돌에 걸려 넘어지는 것은 치욕이다.”(그리스 속담)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