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2007년 대선에 출마할 당내 경선후보 등록을 마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당원과 국민들에게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이보다는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 사이의 사생결단식 충돌과 대통령이 앞장서는 여권과 한나라당 사이의 필살의 공방전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들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인지 또 야당의 후보로서 정권을 탈환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려 한다면 옛날 민주화 세력들이 '군정 종식'이라는 강력한 구호를 내걸고 집권 세력을 몰아 부쳤듯이 당연히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나라를 파탄지경으로 몰고 간 집권 세력을 몰아내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변명이나 하고 운하와 페리 같은 실리도 없고 명분도 없는 공약 싸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이것으로 자신들이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를 밝혔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은 좌파정권 10년 동안 철저하게 망가진 나라가 처해있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이들의 처방과 비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망가진 나라를 어떻게 재건하겠다는 소신이라도 밝히고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좌파정권 10년 동안 정치는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가 붕괴되고 좌파 이념에 의해 국가가 부정 당하는 국가 해체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해체되고 있는 이 나라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외교는 민족공조라는 기이한 논리 속에 동맹국의 신뢰를 상실하고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고립되어 가고 있는 나라를 어떻게 구해낼 것인가에 대한 구상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안보는 북한 핵에 인질로 잡힌 채 공산화 직전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할 안보전략은커녕 북한 핵을 제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조차 결여된 듯 보인다. 경제마저 이념의 포로가 되어 무기력과 침체 속으로 빠져들고 갈수록 비관과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과도한 평등 이념과 과격한 노조 활동 같은 근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게 "당신들은 왜 대통령이 되려는가"라고 묻고 싶은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고 평화공존을 추구하고 경제성장과 선진국을 지향하겠다는 이상론이 아니라 이와 같은 목표의 실현을 위해 지켜야 할 분명한 원칙과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좌파정권이 추구해온 역사관과 이념을 철저히 비판하고 국가의 존속과 국민의 생존을 위해 자신들이 추구해 나갈 철학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이에 입각한 정책과 비전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은 좌파정권 10년을 거치면서 모두 느끼고 있는 문제이다. 더욱이 분단국이자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대통령보다 더욱 투철한 국가관과 고도의 용기와 지략을 갖춘 대통령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런 소신과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이자 도리인 것이다.

    지난 2월 방한했던 역사학자 폴 케네디 교수는 벼랑 끝에 와 있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지도자는 "처칠이나 드골처럼 카리스마가 강하거나 케네디처럼 정치적 수사가 뛰어난 지도자가 아니라 트루먼처럼 국민들에게 확신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고 지적했다.(2007. 3. 31, 동아일보) 대한민국의 건국을 통해 사지(死地)에 빠질 뻔한 국민을 구출했던 이승만 대통령과 경제 발전을 통해 국민을 소생시켰던 박정희 대통령이 그런 지도자였다.

    20세기 말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꾼 영국의 대처 총리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그런 지도자였다. 대처 총리는 1979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가 된 이후 불법 파업을 일삼는 노조를 제압하는 것을 시작으로 영국병을 치유하였고 레이건 대통령은 1981년 대통령이 된 이후 소련을 '악(惡)의 제국'으로 몰아 부쳐 공산주의를 붕괴시키고 감세정책을 통해 미국경제를 소생시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도 이와 같은 신념과 용기를 가진 지도자이다.

    국민들은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그런 소신과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주기 위한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는 폭로와 비방으로 뒤범벅이 된 서바이벌게임에 몰두해 있고 여론이나 살피면서 중간지대가 승리를 담보라도 하는 것처럼 중도(中道)를 표방하는 기회주의적 우(愚)를 범하고 있다.

    그래서는 갈수록 강도를 더해갈 집권 세력의 공세를 극복할 수 없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집권 세력의 비열한 네거티브 공세를 극복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여권의 대선주자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정말로 능력 있고 훌륭한 지도자는 여론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여론을 만들고 국민을 설득해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은 단순히 민주국가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정도의 의미를 갖는 선거가 아니다. 2007년 대선은 대한민국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이다. 이와 같은 중요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이토록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캠페인으로 일관해서야 되겠는가? 지금 국민들은 세계와 미래를 향한 안목과 수렁에 빠진 국가와 국민을 구하겠다는 신념 그리고 당면한 난국을 과감하게 돌파해 나갈 용기를 가진 실천력 있는 지도자를 고대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