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와 부산 두 번의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가 끝난 뒤 당내에서는 "홍준표 후보가 토론회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평이 나왔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일문일답식의 토론방식을 선택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토론회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 모두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토론회가 끝난 뒤 대다수 당 관계자들은 가장 먼저 홍 후보를 입에 올렸고 그의 출마가 당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박근혜 이명박 두 유력후보나 원희룡 고진화 후보 모두 홍 후보가 내심 탐탁치 않은 상황이 됐다. 두 유력 후보는 홍 후보의 거침없는 공격에 토론회 때마다 곤욕을 치러야 하고 토론회를 통해 이목을 끌어보려 했던 원희룡 고진화 후보 역시 홍 후보 탓에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일 세번째로 열린 대전 토론회에서는 상황이 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두번의 토론회와 달리 홍 후보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홍 후보의 공격이 무뎌졌기 때문도 그가 공격의 초점을 잘못 맞췄기 때문도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의 발언 기회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상대 후보들의 질문이 홍 후보를 비켜갔다는 것이다. 홍 후보 스스로도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고 토로했고 상대 후보측 관계자 역시 "오늘 홍 의원이 좀 억울했을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실제로 홍 후보는 토론회가 시작된 뒤 한참동안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 부산 토론회에서 자신의 대표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무데뽀 공약"이라고 하는 등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이 후보는 주어진 질문시간을 박근혜 고진화 후보에게 할애했고 원희룡 고진화 후보 역시 주어진 질문기회를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를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

    유일하게 홍 후보와 설전을 벌인 사람은 박근혜 후보 뿐이었다. 하지만 박 후보와의 설전 역시 홍 후보의 기대만큼 효과를 얻진 못했다는 분위기다. 일문일답식 토론을 하려던 그의 계획과 달리 박 후보가 홍 후보의 단답형 질문에 오랜 시간 답변하면서 일문일답식 토론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토론회가 끝난 뒤 당 관계자들과 취재진 사이에선 "홍준표가 토론 기피대상이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굳이 홍 후보와 부딪쳐 득볼게 없다는 판단에서 후보들이 홍 후보와의 토론을 피했다는 것이다. 홍 후보 역시 "나한테 질문을 안하니…"라며 적잖은 불만을 표출했다. 홍 후보는 출마와 동시에 지지율 3위로 치고올라왔다. 한나라당 후보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5% 가량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당내에선 여전히 홍 후보가 당 경선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 그가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의 경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홍 후보에 대한 타후보들의 견제가 커지면서 점차 그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정책토론회가 끝나고 나면 지지율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고한 홍 후보가 28일 예정된 마지막 토론 기회를 상대후보의 견제 속에서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대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