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의 계속되는 의혹제기에 "노 대통령과 싸울 생각이 없다"고 하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스탠스가 크게 변했다. 청와대와 범여권의 공세를 무시하던 그는 요 며칠간 "이명박 하나만 죽이면 정권 더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를 죽이려 세상이 미쳐 날뛴다" "내가 그렇게 두려운가" 등의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노무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검증'을 둘러싼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노 대통령과의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것이 이 전 시장의 큰 그림이다. 자신에 대한 의혹제기를 지지율 낮은 현 집권세력의 '이명박 죽이기'로 전환시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표와의 검증 공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이 전 시장 진영의 판단이다. 자연스레 박 전 대표 보다 자신의 본선경쟁력이 더 크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진영의 판단은 다르다. 일단 '노무현 vs 이명박' 대결전선 형성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이같은 대결구도가 이 전 시장에 플러스가 될 것이란 전망에는 부정적이다. 오히려 이 전 시장이 그동안 만들어 온 '경제지도자' '일하는 사람' 이미지가 퇴색돼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략통으로 알려진 박 캠프의 한 관계자는 15일 "이 전 시장이 그동안 경제지도자, 일하는 사람 이미지로 표를 얻고 한나라당 후보가 아닌 것처럼 해서 표를 얻었는데 갑자기 대여 투쟁 선봉에 선다면 국민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노무현 vs 이명박' 대결전선이 형성되기도 힘들겠지만 이 전 시장이 그런 전선을 만들려 한다면 이 전 시장은 도덕성에도 상처를 입고 그동안 쌓아온 경제리더십 마저 소멸돼 오히려 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민들 시선은 구도형성 보다는 사건전달에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캠프 상황실장인 최경환 의원도 '노무현 vs 이명박' 대결구도가 형성되기 힘들 것으로 관측했다. 최 의원은 "팩트가 있는 문제를 해명없이 '정치공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처럼 하면 '정치공세'라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명백한 팩트를 '정치공세'라고만 한다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무현 vs 이명박'구도가 형성되고 박 전 대표는 논외가 되는 분위기인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민의 시선을 뺏으려는 의도가 어제오늘 이틀 정도는 성공했지만 그 의도가 분명히 알려진 이상 본선에서 틀림없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아내려는 국민의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