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전임(前任) 집행부(위원장 신학림)가 2004년 총선 당시 권영길 의원 등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3, 4명에게 5000만 원 이상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치인은 법인이나 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 언론노조는 이런 법 규정을 피해 가기 위해 조합원 명부를 민노당 측에 건네 조합원들이 개인적으로 후원한 것처럼 꾸몄다고 한다. 언론노조와 민노당이 공모해 불법자금을 주고받은 것이다.
     
    언론노조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노조 등을 제외한 125개 언론 관련 기업 노조가 소속돼 있다. 언론노조의 본분은 조합원들의 권익 증진이다. 설사 언론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언론개혁과 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민노당 측에 불법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범죄일 뿐이다.

    더구나 민노당은 생산수단의 사회화, 노동자와 민중이 중심이 된 세상의 건설, 재벌 해체,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 우리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현저하게 어긋나는 강령을 갖고 있다. 강령도 문제지만 소속 의원이나 당 간부들의 활동도 다수 국민의 뜻을 저버렸다. 북한의 ‘위성(衛星)정당’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친북적인 행태를 보이는가 하면 불법 폭력 집회를 도우며 법질서를 유린했다. 이런 정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언론노조는 민노당과 같은 정체성(正體性)을 갖고 있다는 뜻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언론노조 전임 집행부는 불법 정치자금 근절을 외치면서 불법에 앞장서는 이중성을 보였다. 현 집행부(위원장 이준안)가 검찰에 고발한 회계부정 의혹도 사실로 드러나면 노조원들이 낸 조합비를 횡령한 것이 된다. 정치권력의 홍위병처럼 언론개혁의 깃발을 들고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을 공격해온 언론노조가 스스로 안에서부터 썩고 있었던 것이다.
     
    민노당은 불법과 거짓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동안 “불법 정치자금을 받지 않는다”고 공언해 왔고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민노당이 국가에서 보조금까지 받는 공당(公黨)이면서도 계속 헌법과 실정법의 해방구(解放區)처럼 행세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