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7일자 오피니언면에 송종환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가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7년 전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던 6월 15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열린우리당 의원 105명, 한나라당 의원 3명 등 159명의 서명을 받아 내주 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는 1973년 3월에 시행된 ‘국가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정된 국가기념일이 현충일 등 38개가 있다. 6·15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 주관부처가 정해지고 이후부터 이 부처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기념식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를 전국적 범위에서 할 수 있게 된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북한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대화를 통하여 민족의 장래와 운명을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합의한 역사적 선언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선언이 가지는 문제점과 그 이후 전개된 남북한 관계의 추이에 비추어 볼 때 6·15는 절대로 국가기념일로 채택되어선 안 된다.

    첫째, 이 선언에는 기존의 중요 남북한 간 합의에 포함되었던 군사적 긴장완화와 한반도의 평화 구축에 관한 항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 단계를 넘어 통일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간 단계인 한반도 평화 실현문제에 관한 언급이 없다.

    둘째,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한 선언문 제1항에 관하여 남측은 통일문제의 ‘민족당사자 해결 원칙’을 천명하고 북측이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한 것으로, 북측은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남북이 힘을 합쳐 미국에 대항하자는 뜻으로 서로 다른 해석과 주장을 하고 있다.

    셋째,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합의한 제2항에 대해서도 남측은 북측이 연방제를 포기한 것으로, 북측은 남측이 김일성의 연방제 통일에 합의해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방제는 구성하는 국가나 주(州)들이 서로 공존·공영을 추구하면서 정치, 경제체제를 같이 하여야 가능하다는 다른 나라 사례들에 비추어 볼 때 연방제 통일로 가려면 남북한 중 어느 한 측이 체제를 바꾸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서로 해석과 주장을 달리하여 이행할 수 없는 선언을 발표한 이후 진행된 남북한 관계의 전반적 추이는 진정한 의미의 남북한 관계 개선은커녕 국론분열과 남남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남측의 대북 퍼주기 지원이 진행되는 과정에 북측은 2006년 7월과 10월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해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대의 안보위기를 초래했다. ‘북한식 민족공조’에 동조하는 좌파 세력들은 나라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한미 안보 동맹을 공공연히 훼손하고 남북 공동의 행사장에는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의 게양과 휴대까지 막고 있다.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남북한 간의 인적, 물적 교류는 상호 호혜적인 것이 아니라 대북지원 성격의 일방적 이벤트 수준이며 북한 핵 문제, 남북한 긴장완화, 남북경협,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어느 것 하나 실질적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가기념일 지정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들은 6·15의 국가기념일 지정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유지, 발전과 훗날 이러한 체제에 입각한 통일 구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다시 면밀히 검토, 입장을 정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국가기념일에 관한 사항이 법령이 아닌 규정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이 일은 국무회의 의결 사항임을 지적하고 싶다. 국회는 입법사항이 아닌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안보를 튼튼히 하고 당장 필요한 민생 살리기에 주력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