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28일 오후 소속 의원 127명을 모두 한 자리에 불렀다. 이유는 국정홍보처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안 법률안'과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저지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그리고 방만한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당론채택을 위해서다.

    세 법안 모두 한나라당이 6월 국회 처리를 벼르고 있고 각각 정종복 정병국 박재완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특히 이중 한나라당은 국정홍보처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고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비판하며 6월을 '언론수호의 달'로 규정하는 등 어느 정당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듭 "국정홍보처를 반드시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6월을 언론수호의 달로 규정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모든 국민과 함께 투쟁해 나가겠다. 언론탄압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추궁하고 언론자유와 국민 알권리 보호를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입법적 조치와 제도적 조치를 취할 것이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역설했다.

    2시부터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강 대표는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대해 "초등학교 받아쓰기식 정치"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나타난 당의 목소리나 의지와 달리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은 의결정족수(64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2시 37분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 뒤 10명의 의원이 뒤늦게 회의에 참석해 의결정속수를 가까스로 채워 세법안을 최종당론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실제 2시부터 시작된 이날 의원총회에는 37분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될 때까지 총 57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토론회와 상임위원회 출석 등을 위해 이석한 몇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일부 의원들은 전화통화를 위해 의총장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은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대변인 행정실 옆 휴게실에서 일부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제시간에 도착한 의원들도 20명 안팎이었고 대다수 의원들이 20분을 넘겨서야 도착했으며 참석인원이 54명을 넘어선 뒤 부터는 30분이 넘어서야 의원들이 의원총회장을 찾았다. 회의도중에도 계속 이석 의원이 늘어나 참석 의원 숫자는 비공개로 진행된 37분까지 총 57명에 불과했다. 이 숫자로는 당론채택이 불가능하다. 회의 막판 10명의 의원이 참석해 세 법안에 대한 당론을 채택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법안설명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당론에 찬성을 한 셈이다.

    특히 강 대표가 "반드시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국정홍보처 폐지를 위한 법안으로 정종복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안법률안'에 서명한 16명의 의원중 일부 의원은 아예 이날 의원총회에 불참했다.

    이날 회의도 산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석한 의원들의 이석이 계속돼 법안설명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의원의 발언에 의원들은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사회를 본 김충환 의원이 "박수 좀 크게 보내달라"고까지 요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참석한 의원들도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두 대선주자로 양분돼 있었다.

    단상을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이명박계 의원들이 자리를 했으며 왼편에는 박근혜계 의원들이 자리를 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이명박계 의원들이 자리한 오른편에도 일부 박근혜계 의원들이 자리했고 박근혜계 의원들이 자리한 왼편 역시 이명박계 몇몇 의원이 눈에 띄었으나 이들은 어울리지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있었다.

    자리배치가 이렇게 이뤄지자 회의도중에도 의원들끼리 그룹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고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날 회의가 산만하게 진행된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비공개 회의에서 김형오 원내대표는 참석한 의원들에게 "의원총회나 상임위원회, 본회의장에 의원들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주문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