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적재산인 사학의 공공기관화 논란 등 사학법 쟁점사항들이 모두 포함돼 있는 상지대 분쟁이 대법원이 김문기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 주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런 가운데 분쟁과정 중 '현 재단이 학생들을 분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현 재단에 반기를 들었던 상지대생 박수영씨(경영4)가 학교측으로부터 제적을 당했다. 끝나지 않은 상지대의 분쟁,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28일 서울 중구 세실 레스토랑 옆에서 한 학생이 목에 '불의를 지적한 학생을 제적한 정신나간 상지대 집권 교수세력'이라는 피켓을 걸고 서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상지대 경영학과 4학년 박수영씨.

    그는 "상지대 정치교수들이 법원의 마지막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학생들을 동원해 '대법원 상경투쟁'이라는 호전성을 가르치더니 결국에는 그것을 지적하는 학생을 학교에서 제적시키는 정신 나간 짓을 저질렀다"고 분노했다.

    상지대는 박씨를 지난 16일 징계 제적했다. 상지대는 제적 사유로 3가지 이유를 들었다. ▲학원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학생을 선동한 점 ▲교직원에 대해 학생신분으로 용납할 수 없는 폭행 모욕 등의 비도덕적 행위를 한 점 ▲학생지위에 어긋난 행위를 한 점 등이 그것. 

    "상지대 정치교수가 버스30여대를 이끌고 시위를 주도한게 선동 아니냐"

    이에 대해 박씨는 '기가 막히다'는 반응. 그는 "누가 학원 선동을 했는지 학부모와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며 "상지대는 학생을 선동하고 문란시켰다는 이유를 들어 나를 제적했는데 누가 학생을 선동 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부총장과 정치교수들이 중간고사 시기에 버스 30여대를 동원해 학생들을 서울까지 데려와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대법원 압력시위를 했다. 나는 단지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직원에게 폭행은 물론 모욕 등의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설명하며 "학교가 학생을 분쟁에 이용하는 불의에 대해 말한 것이 그들에게는 비도덕적 행위로 보였나 보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대학이라는 상지대는 더 이상 민주대학이 아니며 자신들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 제적을 시키는 독재적인 권력 대학"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상지대의 제적 이유는 정당하게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그를 제적시킨 학칙 제48조 5호 '학원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이를 선동한 사람'이라는 이유는 타당성이 없어 보였다.

    "비민주적 관행 고치자는 의견이 제적사유라니"

    박씨는 "상지대는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대학'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비교육적인 관행을 고치자는 의견이 징계 제적사유가 되는지 해명해야 한다"면서 "과연 이런 대학이 민주대학이란 말인가"라고 되물으며 "모든 학생들은 학문을 배우려고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에 진학하는 데 대학생활의 첫걸음부터 남을 비방하는 부정적인 시각을 배운다면 어떤 인물이 돼 사회에 진출할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현 재단은 김문기 전 이사장의 잘못을 지적하기 전에 자신들의 모습을 뒤돌아 봐라"고 일침을 놓으며 "이번 제적사건으로 대학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실권교수들은 자신들에 의견에 순응하지 않으면 교수든 직원이든 무조건 해임시킨다는 소문이 진실이었음을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설립주체가 없는 주인없는 대학이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구 재단의 복귀를 집요하게 반대하는 것인가 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결코 김 전 이사장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중간고사 시험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학생 1000명 이상을 관광버스 30여 대를 동원해 준엄한 사법부의 판결에 도전 한 현 재단은 정말 깨끗한가.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치를 가르쳐야 할 대학이 학생에게 도전과 투쟁을 가르치다니 그들을 어찌 민주국가 민주대학의 스승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지대 교수협 "김문기 전 이사장 복귀 말라"

    한편, 같은날 전국대학노동조합 상지대학교지부와 상지대학교 교수협의회 등은 대학노조 문화연대 교수노조 참여연대 등과 함께 대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 세실 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김문기 전 이사장이 상지대학교에 간섭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며 "교육부는 빠른 시일 내에 정이사진을 구성하라"고 우겨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