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생태학자인 바리 커머너가 '과학과 인류의 생존'이라는 책에서 "이대로 간다면 환경은 고도의 문명사회를 지탱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종말론을 편 것은 1971년의 일이다.(1999. 10. 12, 조선일보)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최근 보고서는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지구온난화를 제기하고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2050년에는 2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지구상의 생물 중에 20∼30%가 멸종할 것이며 2100년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6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인류는 거대한 환경재앙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지구적 차원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4월 30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린 IPCC 회의에서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2∼2.4도 오른 수준에서 통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4월 6일에는 유엔 안보리의 4월 의장국인 영국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유엔 안보리 긴급의제로 상정하여 '기후안보(climate security)'가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에 유엔 주재 영국대사는 "기후변화가 물과 에너지 등의 자원쟁탈전과 인구 이동에 따른 국경분쟁처럼 세계 안보에 미칠 영향과 대책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2007. 4. 7, 조선일보)

    이상은 앞으로 환경문제가 인류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아젠다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환경악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상청이 측정한 우리나라의 1912∼1920년 평균기온(12도) 및 1991∼2000년 평균기온(13.5도)과 IPCC 보고서가 발표한 지난 100년 동안 세계의 평균기온 상승치인 0.74도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이 세계 평균보다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우리에게 환경악화와 이에 따른 기후변화는 시급한 발등의 불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는 국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한 산업화의 일반적 경험이 보여주듯이 산업화에 따르는 환경악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과 똑같은 환경문제도 인구 고밀도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게 일어난다는 점도 우리의 고민을 크게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인구 고밀도 지역인 동북아에서는 과거 50여 년에 걸쳐 일본, 한국, 중국으로 이어지는 산업화 과정에서 환경보다는 성장 우선의 정책이 계속되어 온 결과 환경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특히 1970년대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따라 경인 지역을 중심으로 대도시 군(群)이 형성된데 이어 1980년대 이후에는 중국의 산업화에 따라 황해 연안을 중심으로 인구가 수백만에서 천만을 상회하는 대도시들이 벨트를 이루어가면서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이들 대도시 군과 벨트에서 뿜어내는 에너지 열기들이 서로 교환되면서 황해 연안의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는 우리나라 생태환경의 파괴에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환경문제도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반도가 동일한 하나의 생태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에서 발생할 환경문제는 남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북한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림 파괴와 두만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의 오염 수준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북한에서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될 경우 한반도의 생태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상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는 남한 또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환경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는 결코 우리의 힘만으로는 풀어갈 수 없는 국제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우리는 환경문제를 단순히 우리나라 차원의 문제로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의 문제로 확대해야 하며 나아가 지구적 문제로 국제사회에 상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발 황사나 대기오염에 의한 산성비 등의 문제는 한반도뿐 아니라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국제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내의 생태환경을 개선하고 기업경영에 환경 마인드를 보강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어차피 환경문제 해결은 우리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고 또한 머지않아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지구적 과제로 대두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 선진국들은 이미 친환경적 기업 경영과 자원 절약형 기술 개발을 통해 또 다시 그들만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준비를 해 나가고 있고, 국제환경협약 또한 과거의 선언적인 차원에서 점차 구체적이고 규제적인 성격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제 환경문제는 새로운 개념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것은 바로 환경문제는 개별 국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과 환경문제는 더 이상 환경학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군사 전문가들이 다루는 안보문제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환경기술이 점차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피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중요한 흐름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조속히 그 흐름에 합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환경문제는 '삶의 질(質)'을 논하는 차원이 아니라 '생존권(生存權)' 차원의 문제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환경문제가 인류의 문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지구적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환경문제를 위기가 아닌 '도약(跳躍)의 기회(機會)'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 우리 민족의 터전인 한반도를 지속 가능 발전의 장(場)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