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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한다. 나는 표정이 항상 밝다"(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다 좋아하잖아. 표정이 좋지 않았어요?"(이명박 전 서울시장)21일 한나라당의 공정경선 결의대회 및 대통령 후보 선출 개정안 처리를 위한 전국위원회 참석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행사가 끝난 뒤 "만족하느냐"는 취재진의 공통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러나 20일 부산만남 이후 하루만에 다시 얼굴을 맞댄 두 대선주자의 표정은 이들의 주장처럼 밝지 않았다. '경선룰'을 두고 정면충돌한 뒤 20일 부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눈길을 마주치지 않기위해 애쓰는 모습이었고 21일에도 이같은 분위기는 고스란히 연출됐다. 90여분간 옆자리에 한 두 사람이 눈길을 마주친 횟수는 5차례 밖에 안된다.
시작 전 행사장 입구에서 만난 두 사람. 먼저 도착한 쪽은 이 전 시장이었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가 나타나자 악수를 건네며 "(박 전 대표)환영하러 나왔다"고 했고 이에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빨간색 넥타이를 보며 "빨간 넥타이도 하시고…"라고 답했다.
이후 행사장의 옆자리에 한 두 사람은 행사 내내 눈길을 피했다. 우여곡절끝에 마련된 '경선룰'의 통과를 두고 박재순 전남도당 위원장이 "만장일치로 찬성해 달라"고 요청하자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고개를 숙였다. 이때 원희룡 고진화 의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두 의원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정을 나타냈다.
대선경선예비후보자 인사말은 박 전 대표가 가장 먼저했다. 그러나 연설순서를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고 의원의 경우 연설에서 "가나다 순이 됐든 1,2,3번이 됐든 (연설순서도 앞으로는)공정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이날 연설순서는 박근혜-이명박-원희룡-고진화 순이었는데 이는 지지율 순도 아니었고 가나다 순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의 연설내내 시선을 다른 곳에 뒀다. 참석자들이 다 같이 박수를 칠때도 이 전 시장의 시선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는 박 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10차례 이상 박수를 치던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후보로 나가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이 전 시장의 발언때는 단 3번밖에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이때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연설 뒤 다시 제자리도 돌아올 때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어 원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원 의원이 "워낙 지지율이 높은 후보의 싸움을 말리느라 힘이 부친다"고 하자 이 전 시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두차례 박수를 쳤고 박 전 대표는 고개를 숙인채 쓴웃음을 지었다.
또 원 의원이 "원희룡·고진화에 개혁증명서를 써달라"고 소리치자 이 전 시장은 옆에 있던 고 의원을 쳐다보며 웃었고 박 전 대표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두 대선주자의 표정은 고 의원이 연단에 올랐을때 가장 어두웠다. 고 의원은 4·25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과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한 "전여옥 강창희 전재희 의원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달라"고 했고 이때 일부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냈으나 박 전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고 이 전 시장도 고개를 돌렸다.
나경원 대변인의 '공정경선을 위한 대국민 결의문' 낭독 뒤 강 대표와 4명의 대선예비후보들이 함께 단상에 올라 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하려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기념촬영 뒤에도 서로 악수도 나누지 않은 채 단상을 내려왔고 행사가 끝나자 두 사람은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