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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일자 오피니언면 '조용헌 살롱'에 조용헌씨가 쓴 '용호상박(龍虎相搏)'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간혹 결승전보다 더 재미있는 준결승전이 있다. 요즘 이명박과 박근혜의 승부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쪽에서 공격하면 저쪽에서 받아내고, 저쪽에서 공격이 들어가면 이쪽에서 역공을 취한다. 오랜만에 보는 ‘빅 매치’이다. 우선 이(李)·박(朴)은 그 살아온 삶의 궤적이 서로 다르다. 이(李)는 길거리의 풀빵장수였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잡초 같은 강인함이 그의 인상에 배어 있다. 아들은 어머니를 닮는 경우가 많은데, 이명박은 강인한 어머니의 기질을 물려받은 아들로 보인다. 박근혜는 아버지가 박 대통령이었다. 청와대에서 자랐다. 딸은 아버지 기질을 닮는 경우가 많은데, 박은 일세의 승부사였던 아버지의 단호한 기질을 물려받았다.
이명박의 관상과 삶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사변성룡’(巳變成龍)이다. ‘뱀이 변해서 용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명박은 41년 신사(辛巳)생 뱀띠이다. 얼굴을 뜯어보면 코가 힘차게 뻗어내렸다. ‘용비’(龍鼻)에 가까운 모습이다. 인삼(人蔘)이 홍삼(紅蔘)으로 변하려면 중간에 인삼을 솥단지에 몇 번 찐 다음에 말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법제(法製)라고 부른다. 뱀에서 용으로 변하는 것도 역시 법제 과정이 있어야 한다. 내가 보기에 ‘사변성룡’에서의 법제에 해당하는 과정은 청계천 복원사업이었다. 물을 만나야 용은 승천할 수 있다. 물이 핵심 변수이다. 청계천 사업도 물이고, 경부운하 계획도 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명박은 물 프로젝트를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의 관상과 삶은 ‘여호출림’(女虎出林)으로 설명된다. ‘여자 호랑이가 숲에서 나온’ 형국이다. 양쪽 눈과 미간의 표정에서 호랑이의 위엄과 단호한 모습이 묻어 있다. 양부모가 총 맞아 세상을 떠나고, 본인이 칼을 맞는 과정을 겪으면서 고양이에서 호랑이로 변한 것이다. 해방 이후에 박근혜만큼 파워풀한 여성 정치지도자는 없었다. 과거에 민주당 총재를 지냈던 박순천 여사가 있었지만, 박근혜만큼 강력한 대권후보의 차원까지 간 것은 아니었다. 만약 여자 대통령이 한국에서 나온다면 그 자체가 ‘후천개벽’(後天開闢)에 해당한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빅 매치는 ‘용호상박’(龍虎相搏)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