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이번 대선에서는 절대로 노무현 같은 자질이 부족한 대통령은 뽑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대통령 자질에 대한 심포지움이 있었다. 자유지식인선언에서 마련한 심포지움에 김광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성득 대통령학 전문가가 발표를 하였다. 김광일 전 비서실장의 대통령 자질에 관한 발표문은 이미 인터넷 독립신문에 게시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가 공개하지 않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열 가지가 더 흥미 있었다. 그러나 두 발표자의 발표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아마 대통령 자질에 대한 기본개념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흔히 대통령의 자질이라고 하면 우선 도덕적으로 훌륭해야 하고 식견이 높아야 하며 특히 준법정신이 강해야 한다는 식의 자질론을 펴게 된다. 또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거나 또는 설득능력이 출중해야 한다고도 한다. 그래서 지금 한나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검증논란도 이러한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대통령이 훌륭한 인격자이거나 또는 다방면에 걸쳐 능력이 출중해야 한다는 식의 자질론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대통령 자질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들이 보기에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떨어진다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흔히 지적되는 것은 아마 그의 말투나 투쟁적 언어 사용일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면 말투나 전투적 언어는 자질과는 무관한 것 같다. 전라도 출신은 전라도 사투리를 쓸 수도 있고 교수 출신은 학문적 용어를 많이 사용할 수 있다. 성격이 활달한 사람은 단정적 용어를 쓸 수 있고 신중한 사람은 신중한 용어를 많이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자질을 나타내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학력도 자질과는 무관하며 외모도 자질과는 무관하다. 같은 값이라면 고등교육도 제대로 받고 용모도 단정하며 좋겠지만 이 역시 자질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여행경력이 없다는 것도 자질과는 무관하며 비타협적이라는 것도 자질과는 무관한 것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항해 도중 배가 파도에 휩쓸려 난파하였다고 하자. 모두들 구멍보트에 목숨을 의지하고 있다. 이 때 필요한 리더는 학력이 높은 사람도 아니요 잘 생긴 사람도 아니며 점잖은 사람도 아니다. 이들을 모두 안전하게 육지로 인도할 사람이다. 그 과정에 욕을 하여도 좋고 심지어 독재를 하여도 좋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어느 국가의 경제수준이 낮아 먹을 것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주기적으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자. 이 때 필요한 지도자 역시 학벌이 높거나 집안이 좋은 사람이거나 또는 잘 생긴 사람이 아니다. 경제발전을 이룩해서 모든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그 시대가 요청하는 지도자다.

    그렇다면 노무현은 왜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 대한민국의 적인 북한의 공산군사독재정권을 지원하고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을 멀리하기 때문이 아닐까? 북한에 대해서는 주권을 주장하지 못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주권 운운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고 나서는 방향 착오가 바로 대통령으로서의 근본적 자질이 부족하다고 보는 이유가 아닐까? 반대로 생각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그 오기를 북한에 대해 주권을 주장하고 미국에 대해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용했다면, 그래도 자질이 문제가 되었을까? 노무현이 국회의 인사청문회쯤 들은 척도 안 하고 통일부 장관을 임명하되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을 임명하고 자유민주체제로 통일을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을 임명하였다면 그래도 노무현의 고졸 학력이나 오기가 자질 문제로 비화되었을까? 또는 그가 과거사위원회를 국가정체성 부정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민보상위를 간첩과 빨치산의 명예회복이나 보상에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공산주의자들의 테러를 밝혀내고 납북자를 송환하는데 사용했다면 그래도 그의 자질이 문제가 되었을까?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 단계에서 대통령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은,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학력도 도덕성도 오기도 아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유통일을 달성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래서 국토의 분단과 민족의 분단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사람이라면, 비록 수천억 원을 뇌물로 받아가든 또는 숨겨놓은 아들이 있든 또는 위장전입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하였든 상관하고 싶지 않다. 예를 들어, 옐친이 수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을 해체하고 러시아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도입하였다는 사실 만으로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충분히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가 주당이 되어 매일 만취한 상태에서 집무를 하든 또는 여자를 좋아해서 바람을 피우고 다니든 그런 개인적인 자질을 가지고 그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지금 현 단계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의 기본 자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에 따라 한반도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권을 주장하고 북한의 반국가단체와 그 수괴 김정일을 제거하고 대한민국 주도로 자유통일을 성취하여 북한 동포를 해방하고 한민족을 세계에 우뚝 설 수 있게 이끌 수 있는 의지와 능력, 이것이 기본 자질이 아니겠는가.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그가 군대를 가지 않았든 재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모았든 또는 숨겨놓은 자식이 있든 상관하지 않겠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의 자질은 조국의 분단상태를 해소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단 한 사람일 뿐이다. 일단 통일이 된 후에 가서는 학벌도 좋고 인물도 잘 생기고 타협능력도 훌륭한 사람을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좋다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개인적 인격은 다른 문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개인적 인격이 아무리 훌륭해도 김정일에 굴복하는 사람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없다. 개인적 인격으로 볼 때 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유통일을 성취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약점은 무시해도 좋은 약점이다. 이 점, 우리가 명심해야 한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