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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6일 사설 <이과수 폭포로 '혁신' 세미나 간 혁신정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공기업 감사 21명이 업무혁신 방안을 마련한다며 남미 출장 길에 올랐다. 공공기관을 둘러보고, 자기들끼리 세미나도 한번 하고, 이과수 폭포도 구경한다고 한다. 우리보다 경제시스템이 나을 게 없는 남미에서 무엇을 배운다는 건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하는 세미나를 굳이 남미까지 가서 하는 것은 또 뭔가. 이과수 폭포도 간다니 폭포를 보면 기발한 혁신안이라도 떠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1인당 800만원 안팎의 경비는 해당 공기업이 부담한다. 염치도 없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캠프에 있었거나 열린우리당 청와대 시민단체에서 현 정권을 도왔던 사람들이다. 그 공으로 평균 연봉 1억8000만원의 공기업 감사 자리를 차지했다. 신이 내린 공기업의 직원들도 부러워하는 이른바 '낙하산 귀족'이다. 이러니 대선 때만 되면 한 건 챙길 요량으로 후보들에게 줄서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감사는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을 하는 중요한 자리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낙하산 감사들이 복잡한 회계장부를 심사할 전문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 회사 공금으로 명분 약한 출장을 가면서 다른 직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어려울 것이다. 감사가 이 모양이니 공기업 비리가 줄어들겠는가.
국민이 노무현 대통령을 뽑은 것은 특권을 없애고, 힘없는 사람 편에 서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현실은 어떤가.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고 청렴과 혁신을 내세우지만, 안에서는 이번 출장처럼 국민을 맥빠지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정권은 늘 '일하는 정부'임을 자랑해 왔다. 이과수 폭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들을 당장 귀국조치 시키고, 잘잘못을 가려 문책하는 게 마땅하다. 공기업을 총괄 관리하는 기획예산처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번 출장을 몰랐다면 직무유기다.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면서 틈만 나면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떠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