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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대표직은 물론 국회의원직 사퇴 불사라는 초강수를 뒀다. 당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양상이다. 강 대표의 이같은 주장으로 경선룰을 둘러싼 당 내분 사태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당장 중재안 거부의사를 밝힌 박근혜 전 대표가 짊어져야 할 짐은 더 커졌다.
박 전 대표는 한선교 대변인을 통해 "당 혼란을 수습해야 할 대표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못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박 전 대표 캠프는 강 대표에게 또 한번 뒤통수를 맞은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고민이 더 커졌다"고 했다. 반명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에서는 "강 대표가 중재안 통과를 위해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이해한다. 더 이상 중재안을 흔들면 당을 파국으로 몰겠다는 것이 아니냐. 이제 더 양보할 수는 없다"(정두언 의원)며 박 전 대표의 중재안 수용을 촉구했다.
현재로서는 박 전 대표가 강 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15일 전까지 두 대선주자가 합의안을 만들기도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강 대표 역시 이같은 상황을 모를리 없다. 강 대표 측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경선룰 논란은 이제 마무리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고심 끝에 나온 중재안이며 특정주자의 유·불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안이라는 게 강 대표 측 설명이다.
당 관계자들은 약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강 대표가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카드라고 설명했다. 당 고위관계자는 "지금 중재안이 상임전국위원회에 상정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 강 대표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이다. 어차피 대표직은 유지할 수 없고 의원직도 무의미할 수 있다. 강 대표도 그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강 대표가 중재안을 던지면서 대표직에 연연한다는 당내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강 대표가 오전 신문에 난 기사에 매우 화가 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한 일간지에는 '영원한 주류의 길… 강재섭 고비마다 절묘한 선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내용은 13대 부터 17대까지 강 대표가 내리 5선을 하는 동안 몇 차례 고비에서 그가 의리를 따르기 보다 주류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4.25보궐선거 참패 이후 대표직 유지를 결정하면서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직책에 연연하면서 살지는 않았다"고 말한 강 대표 입장에서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의원직 사퇴카드'로 그간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털고 사심없음을 증명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또 이 전 시장에 대한 우회적인 압박이란 분석도 있다. 강 대표 역시 박 전 대표가 자신이 중재안을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란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이 전 시장에게 박 전 대표를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보하라는 주문이란 것이다. 실제로 강 대표는 중재안 수용 요구와 함께 "대선주자간 별다른 합의가 이뤄지든지"란 조건을 제시했다.당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끝내 중재안을 거부하고 강 대표가 대표직과 의원직까지 사퇴할 경우 타격은 이 전 시장이 더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역시 타격을 입겠지만 강 대표가 사퇴하면 비상대책위가 구성되면서 '경선룰'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이 경우 이 전 시장에게 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