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칼럼이 생각난다. 21세기 신 애국은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유학이든 이민이든 나가서 살라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도둑질을 해도 해외에 나가서 하라는 것이다. 

    좁은 땅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비비고 살다보니 생존경쟁이 치열해 사람들의 심성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게 되고, 오로지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좁은 편견 때문에 시비가 잦고 타협이 안된다.

    우리네 역사가 그러했다. 삼국시대때부터 죽기 살기로 싸우던 습관은 조선시대에 와서는 당파싸움으로 번지더니 결국 그로인해 무너졌다.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고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도 좌우로 갈라져 극심하게 싸웠다.

    미군의 도움으로 해방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싸우더니 마침내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까지 겪고 말았다. 참으로 밴댕이 같은 민족성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고, 배가 고픈 건 참아도 배가 아픈 건 못 참는다고 할까? 이게 다 좁은 땅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비비고 살다보니 살아남기 위해서 뼛속에 뿌리박힌 유전인자인 것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항상 이런 갈등이 극심해진 다음에는 망조가 들었다. 과거 삼국시대가 그랬고, 문신과 무신의 갈등으로 고려가 그랬고, 당파싸움을 일삼던 조선이 그랬고, 최초의 자유민주정부인 이승만 정권도 결국 좌우갈등으로 무너졌다.

    박정희 정권의 등장 이후 강제적으로 이러한 갈등을 누르고 경제개발을 이룩한 덕분에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단군 이래 가장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다. 우리 민족이 역사상 중국보다 잘살았던 적이 언제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그러나 박정희 이후 김대중이 정권을 잡으면서 노무현정부까지 10년 동안 좌파정권이 들어서면서 성장이 멈추고 또다시 좌우갈등이 망령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이대로 두면 우리민족은 또다시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고 말 것이다. 과거처럼 일본에 침탈당하고 중국에 종속되어 조공을 바치는 세계사의 변방소국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나는 박근혜와 이명박 후보 중 누가 더 잘나고 더 훌륭한 지도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하나, 바로 이런 좌우갈등을 봉합하고 우리나라를 분열시키지 않을 사람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명박이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후보가 되면 현재의 범여권에게 중도개혁세력을 통합하는 빌미를 주게 된다. 이번 대선의 쟁점은 누가 중도개혁세력이란 헤게모니를 장악하는데 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자 영남을 대변하는 보수우익의 상징적 존재다. 가뜩이나 노무현정부의 실정으로 지금 한나라당의 인기가 높은 마당에 박근혜가 후보가 된다면 범여권의 좌파는 손쉽게 개혁 세력을 대통합하여 중도개혁세력을 형성할 명분을 얻게된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좌파의 집권이 연장될 것이다. 좌파가 집권해선 안된다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지난 오년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어떻게 망쳤는지 보면 답이 나온다.

    그러나 이명박이 후보가 되면 좌파에겐 그런 명분이 없어진다. 이명박이 누군가? 그야말로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나 현대건설 회장을 거쳐 서울시장까지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에다, 학생 때는 민주화 운동으로 감옥생활까지 했던 그야말로 격동의 한국사를 온 몸으로 겪으면서 살아왔던 샐러리맨들의 우상이다.

    그 만큼 그는 좌와 우, 보수와 개혁을 떠나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정치적인 스펙트럼을 가진 인사다. 더구나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당면과제인 경제분야에선 그의 경험이 국가의 발전을 위한 가장 큰 재산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가 후보로 나온다면 좌파는 중도개혁세력 통합이란 명분을 잃게 된다. 그 때문에 현재 범여권 인사들은 박근혜보다는 이명박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이 후보가 된다면 그들은 그저 뒤에서 이명박에게 혹시 숨겨놓은 재산이나 흠집이 없나 흉이나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