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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분당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분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럴리 없다"던 당 관계자들은 최근 "그럴 수도 있다"고 답한다. 과연 한나라당이 지금의 틀을 갖고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한 중진 의원은 분당과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두 대선주자의 탈당 가능성을 묻자 "(박근혜 이명박은)못 나간다. 나가는 순간 지지율은 10%대로 급락할 것이고 그 순간 죽게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의원 몇명이 따라갈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대선 4개월 뒤 있을 총선이 의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의원들은 탈당을 결행할 수 없고 결국 두 대선주자도 탈당을 하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전 시장은 10일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고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이 '한나라당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명박 탈당설'을 차단한 것이다. 박 전 대표도 같은날 MBC와의 인터뷰에서 독자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독자출마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근혜 탈당설'을 일축했다. 두 주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한나라당의 분당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강재섭 대표가 9일 던진 '경선룰' 중재안은 분당의 뇌관을 건드렸다. 이 전 시장은 수용했지만 박 전 대표는 거부했고 경선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두 사람이 함께 '경선 링'에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이명박 두 사람을 모두 경선 링에 올려야 집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의 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은 급락할 수 있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지금 두 대선주자를 함께 '경선 링'에 올릴 해답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강재섭 중재안'은 당헌.당규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전국위원회(전국위)에 상정될 가능성도 점치기 힘든게 현실이다. 만일 중재안이 전국위 상정된다면 양진영은 표대결을 해야 한다. 전국위 표대결이 사실상 두 대선주자간 '예비 경선전'이 될 수 있어 당의 분열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표대결 이후 벌어질 후유증이다. 패하는 쪽은 그 순간 무너질 수 있고 경선 링에도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박 전 대표 진영은 전국위 상정 자체를 막겠다는 입장이나 강 대표가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걸고 중재안을 전국위로 올리겠다고 한 만큼 중재안의 전국위 상정을 막기는 힘들다는 분위기가 높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경선불참과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그가 스스로 독자출마 가능성을 차단한 만큼 현재로서는 탈당 가능성은 낮다는 게 당내 전반적인 분위기다. 캠프에서도 탈당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선불참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재안의 전국위 상정을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다면 이 경선불참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 크다.
이 경우 박 전 대표는 백의종군하면서 이 전 시장으로는 대선을 이기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린 뒤 다시 출마의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유승민 의원은 이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경선이 강재섭 대표가 제시한 안대로 치러지게 되면 박 전 대표는 백의종군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재안이 전국위에 상정될 경우 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강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는 사퇴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새 지도부를 뽑기 위해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고 새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양진영은 다시 충돌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당 분열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분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혼란끝에 새 지도부 선출됐다고 가정해도 경선룰을 다시 새 지도부가 만들어 다시 합의를 시작해야 하기에 8월 경선은 이뤄질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경우 이 전 시장 역시 경선참여를 재고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시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지만 아직 당 경선후보등록은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독자출마도 가능하다.
결국 두 대선주자의 양보만이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가장 명확한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중립지대에 있는 한 재선 의원은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어떤 결론이 나든 현 지도부는 한쪽으로 부터는 신임을 받을 수 없다는게 더 큰 문제고 이 경우 공정한 경선관리가 이뤄지기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고민은 지금 당내에 아무도 박근혜 이명박, 두 대선주자를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사가 없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