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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 대표적인 외교통으로 불리는 박진 의원은 9일 "미국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며 북한을 보는 미국의 시각이 크게 달라졌으니 한나라당도 현실적인 대북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의원 협의회 참석을 위해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워싱턴을 다녀온 박 의원은 이날 '방미 보고서'를 발표했다. 방미기간 중 미국 정부 관계자와 의회 관계자, 싱크탱크 전문가 등과의 면담에서 파악한 미국 대북정책의 주요내용이라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박 의원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했다며 다섯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이유는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북핵 실험으로 인해 기존 대북정책에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었고 북한 입장에서는 핵실험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뀔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번째 이유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입지 강화를 들었다. 박 의원은 "북핵 실험 이후 네오콘의 입지가 약화되고 미 국무부의 입지가 강화됐으며 부시 대통령은 라이스 장관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세번째 이유로는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꼽았다. "민주당은 부시 정부의 대이라크 및 대북정책을 꾸준히 비판했고 부시 행정부는 선거 후 이를 상당 부분 수용, 민주당의 비판을 중립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네번째 이유는 중국의 대북정책 수정 요구 때문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중국은 미국에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끊임없이 촉구하는 등 미국의 압박정책 변화를 요구해왔고,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중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이유로 박 의원은 이라크 문제 및 이란 핵 문제 악화를 꼽았다. 그는 "이라크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진 상황에서 미국은 북핵 문제를 유연하고 외교적으로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라크 문제가 어려워 질수록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한 외교로 풀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북핵을 궁극적으로 폐기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라며 "미국의 북핵정책은 북핵의 완전한 해체라기 보다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숫자에 뚜껑을 닫는, 즉 소량의 핵무기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의원은 북한이 2·13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의 대선에 영향을 주려고"라고 분석했다. 그는 먼저 "미국측 전문가들은 (북한이 2·13합의 이행을 늦추는 이유에 대해)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한국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금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평화무드를 조성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므로 한나라당이 보다 균형감 있고 현실적인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의원은 "미국이 북핵 실험 이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북핵폐기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균형감각을 갖춘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북핵 문제의 걸림돌을 넘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체제의 수립에 필요한 전제조건과 구체적인 추진 방식 등에 대한 독자적인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