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 대 ‘탈노(脫盧)’ 갈등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일대 격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내에선 서서히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열린당 창당 때부터 예고돼 있었다는 설명. 민주당 분당이란 근원적인 앙금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4․25재보선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대통합 작업도 갈등 확산에 한몫 했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기저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국구상 시각 차가 깔려있다는 게 범여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타이밍상으로도 범여권의 대통합 등 향후 정국 밑그림을 둘러싼 전·현직 대통령의 의중이 본격 현실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시기와 세력 흐름 등을 감안할 때 열린당의 내전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지지율 회복 상태인 노 대통령과, 홍업씨의 보선 당선을 통해 호남맹주임을 재차 증명한 DJ간 ‘힘의 충돌’이 불가피한 시점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열린당 내전은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들의 전·현직 대통령을 활용하려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노 대통령과 DJ간의 일대 충돌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지난 2월 열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한길 의원을 축으로 한 대규모 의원이 탈당한 것도 배후에 DJ가 있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었다. 또 최근에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DJ와의 연대설을 비롯 전방위적으로 DJ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가 움직임이고 있다는 것도 이런 관측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열린당 기획통을 자처하는 민병두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재보선에 대해)노 대통령은 열린당 참패에 시선을 돌리면서 당 리모델링쪽으로,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상승세가 꺾였다는 쪽에서 각각 통합을 강조하는 것 같다”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각각 활용해야 할 것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을 축으로 한 친노진영도 일대 격전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의 ‘복심’이자, 친노그룹의 좌장격으로 평가받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당 복귀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5월말~6월초 설이다. 열린당 중진 의원의 말을 인용한 5일자 한겨레 보도에선 유 장관이 “우리(친노 직계)는 당을 지킬테니 떠날 분들은 떠나라, 비례대표 의원들도 편안하게 해 드리겠다”고 했다고도 한다. 유 장관의 이 발언은 사실상 노 대통령의 의중으로 비쳐지면서 친노그룹이 전열을 다지는 모습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범여권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의 '복당설'(?)까지 나돌고 있다. 지난 2월 열린당을 탈당한 노 대통령이 당 복귀를 통해 명실상부한 ‘열린당=노무현당’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인데 유 장관의 발언이나 최근 일련의 흐름을 감안할때, 본격적인 ‘노무현당’ 구상을 위해서도 이번 당내 갈등이 격화일로로 치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관측된다는 것이 당 안팎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정치, 이렇게 가선 안된다’는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당부터 깨고보자는 것은 창조의 정치가 아니라 파괴의 정치다. 가치와 노선보다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며 가치와 노선에 기반한 정당정치의 필요성을 주문하면서 열린당 '리모델링'을 시사했다.

    결국, 당내 통합파를 지역주의에 기대는 세력으로 간주해 '노무현당'의 명분을 확보한 뒤, 당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뉴노무현당’을 만든 연후에 차기 대선을 겨냥한 본격적인 후보단일화 협상을 염두에 두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결국, 범여권 대통합신당이 안되더라도 후보연대 등 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DJ의 의중이 노 대통령과 맞부딛히는 모습인데, 열린당 내전이 격화되면 될수록 전현직 대통령간의 충돌 시점도 점점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