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일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보육정책을 발표하고 20, 30대 공략에 나섰다. 강재섭 대표가 당 쇄신안을 발표한 직후 즉각 ‘수용’ 입장을 밝힌 뒤 조심스럽지만 차분히 대외 일정을 재개했던 박 전 대표다. 이날 미뤄놨던 보육정책 발표를 하면서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정상궤도’에 돌입한 모습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보육시설연합회를 찾아 학부모와 유치원 교사 등과 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보육정책을 발표했다. 평소 ‘현장의 목소리’를 강조해 온 박 전 대표는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의 보육정책을 직접 발표 한 뒤 즉석에서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박 전 대표는 ‘육아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스템을 구축하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3대 목표를 정한 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10대 추진 과제를 내놓았다.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낳아서 기르기 힘든 보육 현실’에서 찾은 박 전 대표는 만3~5세 아동의 어린이집·유치원 비용 전액 국가 부담, 민간 어린이집 국공립 수준으로 질적 제고 등 ‘기르기 편한 보육 환경 조성’에 중점을 뒀다. 또한 출퇴근시간대까지 보육 시간을 연장하고 ‘전문 육아 도우미 119제’ 도입 등 일하는 여성을 위한 정책도 제시했다. 그는 “보육이야말로 정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정책”이라며 “많은 엄마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아이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 서서 보육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제시한 10대 과제는 ▲만3~5세 아동 어린이집·유치원 비용 전액 국가 부담 ▲만0~2세 아동 보육비 연간 50만원까지 세액 공제 ▲분유·기저귀 부가가치세 면제 ▲민간 어린이집 국공립 수준으로 질적 제고 지원 ▲만0~2세 아동 전문 영아 전담 시설 동별 1개 이상 설치 ▲장애아동 보육 국가 전담 ▲출퇴근시간대까지 보육 시간 연장 ▲‘전문육아 도우미 119제’ 도입 ▲어린이집·유치원 정보센터 확대 ▲어린이집·유치원의 유기농 식사 지원이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월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인 369만원 이하인 모든 가정에 대해 만3~5세 아동의 어린이집·유치원 비용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계적으로 만3세~5세 아동에 대해서는 어린이집·유치원 비용을 전액 국가에서 지원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안심하고 맡길 만한 시설이 없다’는 영·유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 해결을 위해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 수준으로 질적 향상 시키겠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전체 어린이집의 85%가 민간 어린이집인데도 보육 예산은 국공립시설이나 법인시설에 집중되고 있다”며 “지원을 늘려 민간 어린이집의 수준을 국공립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만0~2세 아동을 돌보는 영아전담시설을 동마다 1개 이상 설치하겠다고도 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한다”며 교사들의 처우 개선에도 많은 관심을 드러낸 박 전 대표는 이를 위해 민간 어린이집 교사 인건비와 사립 유치원 교사 인건비를 국공립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보육 정책 발표 후 “부모 교육도 중요하다” “직장에 있는 어린이집에서부터라도 2교대를 실시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해야 한다” “노동부에서 지원 받지 않는 시설들은 여성부에서 국공립 수준으로 지원해 달라”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행정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등 쏟아지는 건의 사항을 꼼꼼히 메모하며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목표로 아이를 안심하고 기울 수 있고, 보람 있게 돌볼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만들겠다”며 “반드시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당 대표 재임 시절 서울 염창동 당사 내 어린이집을 설치한 예를 든 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대가 많았지만 강하게 밀어붙였다”며 “그때 느낀 것은 정치에 있어 리더가 원칙을 갖고 강하게 밀어붙이면 금방 현실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느냐,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느냐는 지도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보육 정책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견이 쏟아지면서 예상 시간보다 한시간 정도 늦게 끝났으며 한나라당 유승민 한선교 이혜훈 안명옥 문희 의원이 박 전 대표와 동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