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비 동결, 학부모는 전혀 혜택 못 받아"서울경기, 무작정 동결 강요…사립유치원 반발
  • “자기네들은 올해 월급이 5%나 올랐다 이거죠. 그렇다고 이렇게 사립유치원에게 횡포를 부려서야 되겠습니까? 저희도 죽을 맛인데 무작정 유치원비를 동결하라고 강요만하니…”

    “정작 사립유치원비가 동결돼도 학부모들에게 혜택이 가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유치원비는 국가 지원을 받기 때문이죠. 죽는 것은 유치원과 유치원 강사들 뿐입니다.”

    수도권 사립유치원장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해마다 연례 행사처럼 교육청과 유치원비 인상폭을 두고 치르는 ‘전쟁(?)’이 올해는 유독 힘겹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특히 곽노현, 김상곤 등 소위 진보 교육감들이 들어선 서울과 경기 지역은 그 불만이 높다.

    ‘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일선 교육청들에게 비해 이들 교육청은 아예 유치원비 ‘동결’을 강요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단단히 혼을 내겠다”며 사립유치원장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교육청은 유치원비 ‘동결’을 요구하는 공문을 각 유치원별로 보내는 한편 동결하지 않은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는 재무·회계분야에 대한 특별 지도·점검을 벌일 계획을 밝혔다. 억지로 인상을 막을 수는 없으니 말을 안 들으면 특별감사 등을 통해 괴롭히겠다는 심보다.

  • ▲ 유치원생들이 다도 체험을 하는 모습. 일선 유치원들은 무작정 유치원비를 동결하는 것은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영세 유치원만 죽이는 꼴이라고 항변한다 ⓒ 연합뉴스
    ▲ 유치원생들이 다도 체험을 하는 모습. 일선 유치원들은 무작정 유치원비를 동결하는 것은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영세 유치원만 죽이는 꼴이라고 항변한다 ⓒ 연합뉴스

    사실 학원비와 유치원비 등 사교육비는 학부모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사립유치원장들이 납입금을 무작정 인상하겠다고 하면 여론이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말 못할 속사정이 있었다.

    요약하자면 유치원비를 동결한다고 해도 학부모들이 내야 하는 비용은 전혀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대형 유치원을 배불리고 열악한 유치원과 유치원 강사들의 임금만 줄어든다는 것이다.

    무슨 말일까? 일반적으로 유치원비(교육비) 항목 하나만 따지면 전국적으로 가격은 엇비슷하다. 곳에 따라 35~40만원을 받는 곳도 있지만, 대략 25~30만원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내는 돈은 천차만별이다. 유치원비와 급식비 5~6만원만 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특강비, 수혜성경비 등 본래 유치원비의 배가 넘는 추가비용을 받는 곳도 있다. 강남, 서초 등 비싼 곳은 월 100만원은 기본이라는게 학부모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이들 유치원들이 유치원비 5만원을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대형 사립 유치원들이 걱정할 이유는 없다. 다른 항목에서 5만원을 올리거나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는 편법으로 얼마든지 더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편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영세한 유치원들이 피해를 보고 결국 학부모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올해부터는 월 소득 480만원 이하 가정은 모두 유치원비용을 감면받는다. 전체 가정의 70%, 즉 어지간한 중산층들도 다 ‘공짜’로 유치원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이 비용은 교육당국이 동결하라고 강요한 유치원비(교육비)에 한정된다. 교육당국이 지원해야 하는 비용만 줄어들 뿐 나머지 특수교육비, 수혜성 경비 등 추가 항목은 학부모들이 고스란히 내야 한다.

    이익은 대형 사립유치원만 보는 상황에서 고통은 이런 추가 항목을 내세우지 못하는 영세 유치원들을 포함한 모든 유치원들이 함께 나누자는 말이다. 결국 교육당국이 내세운 유치원비 동결은 정작 사교육비를 낮추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립 유치원의 기업화 대형화만 부추기는 꼴이어서 향후에는 학부모만 더 부담을 떠앉게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서울시 강북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정작 공립유치원을 짓는다거나 월 수백만원을 요구하는 대형 유치원들에 대한 지도·단속은 못할 망정 영세한 유치원들에게만 고난을 강요하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