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일 사설 '이런 한나라당에 미래 있을까'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4.25 재.보선 패배 이후 벌어진 한나라당 내부의 권력 다툼은 추악하다. 유권자가 회초리를 들었는데 반성은커녕 '네 탓'만 하고 있다. 국민이 실망하고 외면한 원인을 찾아 근본 치유책을 마련할 생각은 않고 주도권 싸움에만 눈이 팔려 있다.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 주자의 말 한마디에 당 대표와 지도부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이다. 정당은 없고 대선 주자만 있는 게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이다.

    정당이 선거 결과에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선거에 참패했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일부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강재섭 대표 퇴진론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은 누가 책임지고 물러나느냐 하는 데 있지 않다. 강 대표가 물러나고 이재오 최고위원이 사퇴한다 해도 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당이 국민의 질책을 받아들여 스스로를 바꿔 나가는 노력을 하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조만간 법무부가 발표할 5.31 지방선거 공천 비리 실태에서도 한나라당의 비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도 공천 장사를 하는 작태를 보였다. 그러니 정부의 발표를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한들 설득력이 있을 리 있겠는가. 부패하고 안일한 당의 근본 체질을 바꾸는 게 급선무다.

    두 대선 주자의 행태도 실망스럽다. 선거 참패의 책임은 두 사람에게도 있다. 그런데도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상대방 공격에나 열을 올리고, 당 지도부의 유임 또는 퇴진을 대선 후보 경선의 유불리로 저울질하고 있으니 말이다. 권력투쟁은 불가피하겠지만, 그 목표가 오로지 자신의 이익이어서는 안 된다. 소속 정당도 국민도 안중에 없는 권력투쟁은 진흙탕 싸움일 뿐이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를 다시 5년 동안 악몽에 시달리게 만들 뿐이다.

    대선 후보들이 당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둔다면 희망이 없다. 그래서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두 후보의 눈치나 보게 된다. 당이 중심에 서지 못하면 그건 정당이 아니라 붕당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