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일자 오피니언면에 언론인 류근일씨가 쓴 '지금의 한나라당 그대로는…'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4·25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 밖의 비(非)좌파 진영에 심각한 문제 의식을 던져 주고 있다. 대선을 향한 비좌파 진영의 물줄기를 지금의 ‘이명박·박근혜 또는 박근혜·이명박 줄 세우기’ 구도에 마냥 가두어 둘 수만은 없게 되었다는 위기 의식이 그것이다.
선거 후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하락했어도 이른바 ‘빅 투’의 지지율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나라당과 메이저 캠프들의 행동 양태(樣態)에 적잖은 국민이 식상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4·25 민심’에서 간과할 수 없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바로 이점에서 좌파 정권 종식을 염원해온 한나라당 밖의 대한민국 진영으로서는 맹목적 이전투구의 저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한나라당 경선 풍토에 변화와 쇄신의 충격을 주어야 할 때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한 부분으로 포함하는 전체 대한민국 진영의 대선 프로젝트를 더 역동적이고 더 극적으로 변모시켜 자칫 안일과 매너리즘과 철밥통주의에 빠져들었을 한나라당을 향해 밖으로부터 강한 채찍질을 쳐나가야 할 때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앞으로 전개될 수구 좌파의 온갖 깜짝쇼와 대형 이벤트 연출을 지금의 구태의연한 한나라당으로서는 능히 감당해내기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고, 그럴 경우 비좌파 진영의 ‘대한민국 살리기’ 운동도 그만큼의 부정적인 영향을 같이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 밖의 대한민국 진영’은 지금의 한나라당과 그 메이저 캠프들 이외에 또 하나의 독립적인 ‘힘의 단위’를 구축할 수는 없는지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새로운 독립변수의 시너지효과를 통해 대한민국 진영의 경선 풍토를 더 긴장감 있고 더 절묘한 정치적 기예(技藝)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면서 한나라당의 경선 풍토도 지금 같은 ‘너절한 전쟁’의 저차원에서 ‘생동감 있는 축제’의 고차원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역동적인 경쟁구도가 창출될 수만 있다면 ‘2007 대선’의 주제 또한 ‘대운하’나 ‘열차 페리’의 수준을 뛰어넘는 ‘대한민국의 막중한 명운이 걸린’ 이슈로 격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쌍욕’ 수준의 양자 대결 판도에서는 그 어느 쪽도 예컨대 ‘핵무장한 김정일’의 존재 같은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이슈에 대해서는 별로 진지한 논쟁도 제기하지 않을 뿐더러 그 중대한 위협을 ‘주적(主敵)’으로 삼기는커녕 오히려 “주적은 당내에 있다”는 식의 옹졸한 싸움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마치 그 주적 개념 실종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양 일종의 ‘경제 제1주의’ 같은 것만 열심히 내세우고 있다.
경제는 물론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제1’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절박한 사항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안위에 관한 사항은’ 절박성의 정도와는 또 다른 치명적인 이슈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핵무장한 김정일’ 앞에서 고작 ‘대북정책 전면 수정’ ‘영토조항 삭제’ 따위의 ‘DJ, 노무현 햇볕’을 계승하느냐 마느냐 수준의 어이없는 갑론을박에만 매달려 있다. 이런 한나라당이 과연 좌파와 싸우는 정당 맞는가?
한나라당 밖의 비좌파 진영은 이런 모든 점에서 자신들은 이제 한나라당이 어떤 부정부패, 어떤 시국관(觀)의 오류, 어떤 정치적 과오를 저지르든 계속 속절없이 표를 줄 수밖에 없는 자동판매기 같은 존재가 아님을 단호하게 천명해야 한다. 이들은 “정히 그러면 대안적인 극약 처방도 불사”라는 결연한 으름장도 놓으면서 “최종적으로는 단일 후보를 만든다”는 대전제하에서 제3의 ‘교전단체’가 될 용의가 있음을 당당히 선언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