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0일 사설 '정신나간 아베 총리, 어이없는 부시 대통령'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베 일본 총리는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위안부 분들을 매우 곤란한 상황 속에서 쓰라리고 힘든 일을 겪게 한 데 대해 인간으로서 총리로서 마음으로부터 동정하고 있으며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했다. 일본 총리는 왜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에게 사과하며, 미국 대통령은 무슨 자격으로 그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하는가.

    2차대전 때 일본군에 끌려가 집단 성폭행과 강제 낙태, 전기 고문의 만행을 당한 피해자는 부시 대통령도 아니고 미국 국민도 아닌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여성들 20만명이다. 아베 총리는 과거 관방장관 시절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허구이며 언론이 만들어 낸 얘기”라고 했었다. 총리가 된 다음에는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렇게 사실을 왜곡하고 깔아뭉개더니 미국 하원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제출되자 갑자기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지난 3일에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을 하고 미국에 가서는 부시 대통령에게 사과하기 앞서 의회 지도자들에게도 해명했다. 오죽하면 일본 아사히 신문이 사설에서 “사과 방법이 정말로 기묘하다”며 “총리가 사죄해야 마땅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사죄한 것이) 아니지 않으냐. 그동안 신경 쓰지 않더니 미국에서 문제가 되니까 당장 사죄하는 것은 어찌된 일이냐”고 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솔직함을 평가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는 입장에서 사실상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위안부 동원에 일본 官憲관헌의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면서도 “협의의 강제성 증거는 없다”는 토를 달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27일 일본군의 중국 위안부 납치·감금·강간을 인정했지만 아베의 태도가 바뀔 기미는 없다.

    아베 총리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위안부는 돈 벌려고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는 10년 전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 사무국장 시절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엔 원래 기생집이 많다”고 했던 사람이다. 이런 아베 총리의 본심이 바뀌었다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부시 대통령이 본 아베 총리의 솔직함은 어떤 솔직함인가.

    기묘하고도 희한한 미·일 정상끼리의 위안부 사과 주고받기가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20만 피해 할머니들이 주시할 것이다.